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이유 없는 것은 없다. 태풍은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태양열이 극지방보다 적도에 더 많이 내리쬐므로 남북 간 에너지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적도 지방은 점점 뜨거워지고 극지방은 점점 추워져 생명이 살 수 없게 된다. 극단적인 빈부 격차가 일어나면 공동체가 붕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북 간 에너지 불균형을 없애는 과정에서 모든 기상 현상이 발생한다. 중위도에서 발생하는 고기압과 저기압은 열대지방의 따뜻한 공기를 북쪽으로,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를 남쪽으로 보낸다. 이와 함께 해양에서도 열대의 따뜻한 물이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해도 열대 해양에서 발생한 과한 에너지가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태풍은 이 과한 에너지를 직접 북쪽으로 옮긴다.여러 피해를 일으키지만 태풍은 지구의 생명력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우주에서 바라본 소용돌이치는 태풍의 모습은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태풍은 따뜻한 해양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소용돌이 바람을 일으키고 대기로 열을 방출하는 거대한 자연 엔진이다. 자동차 엔진이 휘발유를 폭발시킨 에너지로 바퀴를 돌리고 배기가스로 열을 배출하는 원리와 같다. 자연이 만들어낸 태풍 엔진의 효율은 약 33퍼센트 정도로 인간이 정교하게 만든 자동차 엔진의 효율과 거의 같다.

   해양 수온이 26도를 넘어야 태풍이 생길 수 있다. 바다가 따뜻해야 그 위 공기가 수증기를 많이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증기는 '하얀 석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수증기가 곧 태풍의 연료다. 해양 열이 수증기 안에 숨은 상태로 대기에 공급된다. (83~8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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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nus AI: Humanity's Countdown to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New Pursuit of Global Power (Hardcover)
Michael Kanaan / Benbella 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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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정치적 남용에 대해 경고하는 글이다. 전체 구성은 이렇다: 1부는 대략 컴퓨터의 역사, 2부는 AI의 역사 및 현황, 3부는 AI의 정치적 함의 및 위협, 특히 권위주의 정권(ex. 중국)이 어떻게 AI를 남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과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AI 정책을 세우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이다. 컴퓨터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정리해주니 좋기는 한데, 사실 AI 자체에 대해 알고 싶으면 2부만, 또는 2부의 9장만 읽으면 될 것 같다.


책을 통해 내가 알고 싶은 인공지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의식(consciousness)과 지능(intelligence)은 다르다. 인공지능은 의식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의도한 업무를 인간보다 훨씬 빨리 할 수 있다. 원문을 인용하면 "In this new world of ours, intelligence and consciousness are not interdependent." (6장, p. 66)


2. 현재 급격한 진보를 이루고 있는 AI는 의도한 특정한 업무만을 잘 할 수 있으며, 인간과 같이 모든 영역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이나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초월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은 앞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생기지 않는 한 나타날 가능성이 없다(9장의 내용). 한 마디로, <터미네이터>는 (현재로서는) 영화일 뿐이다. 특정한 업무만을 하는 현재의 인공지능을 좁은(narrow)[또는 약한(weak)] AI, 범용 인공지능이나 초지능을 강한(strong) AI라고 한다. 인류의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강한 AI에 대한 것이다.


(약한) AI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러한 서구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독재 또는 권위주의 국가는 이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준으로 AI를 남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권 침해적 AI 알고리즘의 타국으로의 수출에 대해 저자는 주의를 촉구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저자의 주장을 해석해서 적용하면, 중국에서 만든 앱은 사용하면 안 된다. 의문의 해소와 또 다른 과제를 받은 느낌으로 독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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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그곳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가 겪어온 과정을 보면 남세균처럼 생명체가 직접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 생명체와 환경이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환경이 지속할 수 있으려면 그 안에 사는 생명체도 건강해야 한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생명체라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탄생한 생명체가 번성하려면 기후가 안정되어야 했다. 달이 그 역할을 했다. 화성과 비슷한 크기의 원시 행성이 원시 지구와 충돌했으며, 그 과정에서 달이 만들어졌다. 달이 세차운동이라고 부르는 지구 자전축의 흔들림을 안정시켰다. 혼자 뱅글뱅글 도는 사람이 있고 손잡고 함께 도는 사람이 있을 때, 둘 중 누가 더 안정적일까? 달과 지구가 그런 셈이다. 만일 달이 없었다면, 지구 자전축의 변화가 지금보다 더 커서 날씨 변화가 극심했을 것이다. 극심하게 변하는 기후에서는 인류 문명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대충돌이 지구 자전축을 기울어지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계절이 생겼다.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지지 않고 공전 면과 수직이라면 지구 어디서든 밤낮 길이는 12시간으로 똑같다. 그랬다면 계절 변화가 없었을 것이고, 적도 지역은 더 뜨겁고 북극과 남극 지역은 더 추운 기후가 되었을 것이다. 자전축이 지금보다 더 기울어졌다면, 적도 부근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지금보다 심한 계절 변동을 겪을 것이다. 중위도에서 봄과 가을은 거의 없어지고 길고 극심한 여름과 겨울만이 있었을 것이다. (20~21 페이지)

   2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까지 대기 중에서 약 100ppm의 이산화탄소가 상승하면서 10만 년 가까이 이어지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났다. 그 후 산업혁명이 시작된 1750년대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을 유지했다. 하지만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125ppm이나 급격하게 치솟았다. 이는 오늘날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30 페이지)

   인류는 생태계에서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제는 그 구석이 너무 커져 전체를 왜곡하고 있다. 인간 활동은 태양에너지 변화, 화산 분출, 빙하 주기와 지각판 운동보다 더 큰 크기의 속도로 지구에 영향을 준다. 지구시스템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힘을 능가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셨다 (5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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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796호 : 2022.12.20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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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들고 봉쇄 깬 시진핑의 아이들" 기사에서:

   톈안먼 항쟁은 사실 중국인에게 '잊혀진 반란'이다. 당국의 역사 검열 교육을 받아온 젊은 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톈안먼 항쟁 사진을 본 중국 학생이 "이거 한국의 5.18 사진이죠?" 하며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동시에 '실패한 반란'이기도 하다. 톈안먼 항쟁을 연구해온 서울시립대 하남석 교수(중국어문화학)는 "1978년 베이징 시민들이 민주와 인권을 요구하며 벽에 대자보를 붙인 '민주의 벽' 사건 이후 축적된 중국 시민사회 동력이 톈안먼 무력 진압 이후 사라졌다. 톈안먼 항쟁이 오히려 중국이 신자유주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첸리췬 전 베이징대학 교수는 톈안먼 항쟁 이후 중국 사회가 '가장 나쁜 사회주의와 가장 나쁜 자본주의의 결합'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번 백지 시위가 중국 사회에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일단은 방역 완화 조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톈안먼 항쟁처럼 실패한 반란으로 잊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미 시작된 시위 참가자 색출 작업을 통해 저항세력을 '외부의 적'으로 몰아세우며 고립시킬 공산이 크다. 국내 중국 연구자들은 조만간 대대적인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현대사항을 연구해온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시진핑 퇴진 구호가 베이징 중심가에서 터져 나왔다는 건 분명 중요한 민심의 변화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사람이 많은 중국은 변화가 늦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38 페이지)


역시 재미있는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만화: 신진검사대부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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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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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책이 늘 그렇듯, 이 책도 상당히 다기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에 두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주인공인 로베르토가 난파한 배에 갇혀 남긴 글을 발견한 화자가 상상을 덧붙여 쓴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군주의 계승을 둘러싼 전쟁, 경도 180도에 있는 '전날의 섬', 경도를 알아내는 방법, 천동설과 지동설,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사랑 등에 대한 얘기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 있다. 한 마디로, 당대 한 귀족 지식인 청년의 내면을 통해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우리말 번역은 이윤기 선생이 했는데, 이전 글들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아쉬움이 있다. 편집상의 아쉬움(오타 등)도 있고, 번역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윤기 선생이 '옮긴이의 말'에서 고백하듯 악전고투하신 것 같은데, 이제 <장미의 이름>처럼 직접 다시 다듬으실 수도 없으니 또 다른 번역이 나오면 좋을 듯 싶다. 


움베르토 에코의 이 책에서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에코의 지식에 대한 사랑과 그가 지닌 지식의 방대함. 주인공 로베르토를 통해 느끼는 삶의 유한함과 헛됨. 당시의 사회상. 사랑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큰 주제 중 하나인데, 솔직히 현대의 사랑과 너무 달라서 공감하기 힘들었다. 결국, 난파한 배 속의 로베르토는 우리 자신의 운명을 빗대고 있는 것이 아닐지. 유한한 지구에서, 무언가를 (헛되이) 갈망하며 사는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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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12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과 함께 다시 이탈리아어 전공자의 번역으로 다시 출간해야 합니다!!!!!!
21세기에 리버블릭 오브 코리아에서 이게 뭡니까!

blueyonder 2022-12-13 08:56   좋아요 0 | URL
이윤기 선생의 번역본이 출간된 지 이제 30년 가까이 됐으니, 새로운 번역이 나올 때도 된 거 같습니다. 이탈리아어 전공자의 번역이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