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번역이 괜찮은 편이지만, 한 단어의 잘못된 번역이 지속적으로 나와 글을 적는다. 역자는 영어로 "stationary state"라고 하는 것을 "정지 상태"로 계속 번역하고 있다. 양자역학에서 "stationary state"는 에너지 고유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에너지 고유상태는 외부 자극 없이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 상태에 남아있는 성질을 지니며, 이에 따라 "stationary"란 말을 갖게 됐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의 의미이다. 이 단어를 "정지"로 번역하는 것은 의미의 왜곡을 가져온다. 물리학계에서 사용하는 번역어는 "정상定常"이다. 일상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공계에서는 많이 보는 단어이다.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양자역학을 주로 다루며 여기서 "정상 상태"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담은 단어임에도 지속적으로 "정지 상태"로 잘못 번역되어 있다. 원자의 "정지 상태"가 '움직이지 않는 원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도 오해의 여지를 준다. 책 속 여러 곳에 이 단어가 나오는데, 두 군데만 다음에 옮겨 놓는다. 먼저 보어의 논문을 인용한 부분이다.
"우리는 특정 정지 상태의 원자가, 고전이론에 따라 원자를 다른 정지 상태로 다양하게 전달하는 가상의 조화 진동자가 발생시키는 가상의 복사장과 거의 동등한 가상의 시공간 메커니즘을 통해, 다른 원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154 페이지)
역시 보어의 말은 모호하고 어렵다. ^^ 다음은 코펜하겐으로 보어를 방문한 슈뢰딩거가 하는 말이다.
"보어 교수님, 양자 도약에 대한 모든 상상은 난센스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양자 도약 주장에 따르면, 원자의 정지 상태에서 전자는 우선 빛의 방사 없이 한 궤도에서 주기적으로 순환합니다. 그러나 전자가 왜 빛을 방사하면 안 되는지 해명하지 않습니다. (267 페이지)
한 해 동안 누추한 서재를 방문하여 격려해 주신 알라딘 친구분들께 감사드린다. 새해에도 더욱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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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하지만 맥락이 좀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인 "steady state"도 정상 상태로 번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