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3 -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스본, 뽀르투 편 ㅣ 유럽 도시 기행 3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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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에서는 이베리아 반도의 도시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스본, 포르투를 둘러본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도시이며, 대항해시대에 번성하던 나라들의 대표적 도시이다.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방문하는 도시들의 명소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고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상을 나눈다. 나만의 인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좀 더 느긋해진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음식과 와인과 노래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자는 낯선 곳에서 자신의 인생과 우리의 모습을 객관화하며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 역시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무신론자인 그는 유럽의 큰 전통이며 도시와 문화의 중심인 성당에서는 큰 인상을 받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당연하리라. 종교가 벌였던 전쟁과 착취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종교가 인류의 해악이(었)다는 생각을 그는 가지고 있는 듯싶다. 종교로 표출되는 인간의 갈망에 대한 그의 탐구를 기대하는 것은 아마 무망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와 복잡한 주변 현상에 대한 통찰로써 그는 이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이 도시들의 여행에 다녀올 분들이나 이미 다녀온 분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명소들의 중요한 사진도 알맞게 들어 있어서 본문에 나오는 설명에 대한 궁금증을 나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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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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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이어짐’에 관한 노작가의 고찰. <클라우드 아틀라스>처럼 흐르다가, 현 시대의 개발에 대한 비판으로 끝나서 철학성이 조금 반감된 느낌이 든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 황석영다움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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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Transformation: The Beginning of Our Religious Traditions (Paperback) - 『축의 시대』원서
Armstrong, Karen / Anchor Books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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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900~200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현대 종교의 바탕이 된 ‘영성의 깨어남’이 발생했는데, 이를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라고 불렀다. 이 책은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함께 이러한 흐름을 살펴보며, 결국 오늘날의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돌아본다. 역사책으로도, 인류 영성의 기원에 대한 탐구로도, 나 자신에 대한 성찰로도 좋았다. 기원전 900년이라고 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이다. 시간적으로,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시기이다. 한 세대를 대략 30년으로 잡으면 약 100세대 전이다. 100세대를 위로 올라가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생물학적으로 인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시기 동안 인류는 청동으로 도구를 만들어 쓰다가 이제는 반도체라는 돌로 인공지능을 만들어 쓰고 있다. 


역사 속에서 개인의 존재란 인류의 불을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류의 불이란 결국 문화이다. 내가 자식이 있건 없건, 한 사회에서 살면서 이러한 문화의 전승과 변화에 간여하고 있다. 더 크게 보면 지구상에서 꽃피고 있는 거대한 생명현상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인류는 어떻게 ‘영성’에 눈을 뜬 것일까.


‘축의 시대’라 일컬어졌던 당시는 여전히 폭력과 전쟁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소수의 권력자들은 잘 먹고 잘 살았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에 허덕였다. 이러한 고통의 근본 원인에 천착하던 선각자들은 지역을 불문하고 결국 하나의 깨달음에 도달하여, 비폭력ahimsa을 기반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긍휼compassion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나를 내려놓고 남을 나처럼 생각하라는 것, 이것이 나중에 종교로 이어지는 커다란 가르침이 된다. 모든 종교의 핵심인 “내가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황금률이 이렇게 나온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부터 이기적인 동물이어서 이것의 실천에는 수행과 노력이 따른다. 


이러한 가르침을 가지고 시작된 종교는 이후 엄청나게 많은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종교 전쟁을 생각해 보라.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수많은 살육은 많은 이들에게 오히려 종교의 해악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게 했다. 종교가 권력과 결탁하여 세속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모든 종교인들은 귀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신앙faith과 교리belief는 다르다고 말하며, 교리 중심으로 치우친 현대의 종교가 원래의 모습에서 멀어졌음을 보여준다. 선각자들은 경전을 만들지 않았으며, 긍휼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따름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듯, 다른 지역과 문화에서 태어나 현재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뿌리가 크게 다르지 않고 궁극적으로 하나임을 깨닫는다면, 종교의 원래 의미와 이해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종교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아직도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책의 내용 한 가지만 기록해 놓자면, 말할 수 없는 ‘성스러움’이 너무 추상적이고 어려워서(엘리트적이어서) 일반 민중들이 의지할 수 있는 ‘신’과 ‘성상’이 생겨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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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오류만 지적하고자 글을 적는다. 첫 번째, 2차대전 중에 독일해군 유보트가 영국해군의 주요 기지이던 스코틀랜드의 스캐퍼 플로에 침투하여 전함을 격침시킨 사건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제2장 6절 도입부에 이렇게 적는다.


2차 세계대전 말 대잠전 세력에 도망 다니던 잠수함이 영국 해군의 항구인 스캐퍼 플로 항에 침투해 전함을 격침하고 여유만만하게 독일 모항에 돌아옴으로써 전쟁의 열세로 사기가 저하되어 있던 독일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을 열광케 했다. 이 작전은 ‘잠수함은 전·평시를 막론하고 들키지 않고 적 해역을 넘나들 수 있는 유일한 무기체계’라는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예로 잠수함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94 페이지)


위의 설명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 독일해군 유보트가 스캐퍼 플로에 성공적으로 침투한 사건이 있었던 때는 1939년 10월이다. 2차대전 말기가 아니라 초기이다. 저자는 몇 페이지 뒤인 제3장 1절에는 다음과 같이 올바르게 적는다. 


  쇼의 주인공은 U-47의 귄터 프린Günther Prien 함장이었다. U-47은 1939년 10월 8일 킬Kiel 항을 출발해 10월 13일 새벽에 스캐퍼 플로 외항에 도착했다.... U-47 함장은 절묘하게 잠수함을 몰고 항구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고 드디어 어뢰를 발견할 수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 U-47의 함장 귄터 프린 소령은 ... 다시 이를 악물고 어뢰 3발을 발사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기다리던 순간, 이윽고 연속적인 대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영국의 전함 로열 오크가 천천히 침몰하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106~107 페이지, 밑줄 추가)


왜 앞과 뒤가 맞지 않을까. 혹시 연재 시에 부정확하게 기술했더라도 책을 펴내면서는 수정했어야 했다. 


두 번째 오류는 전에도 몇 번 지적했던 유보트 함장의 계급이다. 독일해군 유보트 함장의 계급은 Kapitänleutnant였는데, 이는 해군대위에 해당한다. 종종 소령으로 번역되는 오류를 보게 되는데 (위의 인용문에도 나와 있듯) 이 책도 예외가 아니다. 위의 예 외에 다른 곳에서도 오류를 찾을 수 있다(밑줄을 추가했다).


98페이지: “독일 해군의 잠수함 U-21 함장 오토 헤르싱Otto Hersing 소령에게 관측되고 있었다.”


107페이지: “... 함장 프린 소령은 즉시 베를린으로 가서 꽃종이를 뿌리며 환호하는 베를린 시민의 환영을 받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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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 관한 (별로 재미 없는) 13장을 읽다가 정치체계에 대한 재미있는 논설을 발견해 기록해 놓는다. 도이치가 높게 평가하는 과학철학자 칼 포퍼의 주장에 이런 것이 있다. '좋은 정치 체계란 나쁜 정책과 나쁜 정치인을 비폭력적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체계이다.' 도이치는 이에 따라 선거란 잘못된 실험을 제거하고 앞으로 무엇을 실험할지를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실험'이란 정책과 정치가를 말한다. 


이런 차원에서 도이치는 비례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비례주의는 득표율에 최대한 비슷하게 의석 수를 배분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비례주의는 종종 민의를 잘 대변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도이치는 비례주의가 제3당에게 일종의 킹메이커 권한을 주어 정부 구성을 선택하게 만드는 불합리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949년에서 1998년 사이에 자유민주당(Free Democratic Party, FDP)이 자신들과 정부를 구성할 정당을 제1, 2당에서 선택하는 권한을 누렸다고 한다. 독일의 자유민주당은 이 기간 동안 12.8 퍼센트 이상을 득표한 적이 없음에도 그랬다. 


양당제의 극한 대립에 싫증난 우리는 종종 대화와 타협이 이상적인 정치의 모습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도이치는 타협에 의한 정책은 누구의 정책도 아니게 되며 오히려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위험을 낳는다고 말한다. 포퍼와 도이치가 얘기하는 정치의 핵심 요소는 비판할 자유이다. 비판을 통해서만 문제점을 찾아 새로운 정책에 대한 생각이 싹틀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음 번 선거에서 잘못된 실험을 제거하고 새로운 실험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 정치에서 종종 '선'으로 얘기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Under a proportional system, small changes in public opinion seldom count for anything, and power can easily shift in the opposite direction to public opinion. What counts most is changes in the opinion of the leader of the third-largest party. This shields not only that leader but most of the incumbent politicians and policies from being removed from power through voting. They are more often removed by losing support within their own party, or by shifting alliances between parties. So in that respect the system badly fails Popper's criterion. Under plurality voting, it is the other way round. The all-or-nothing nature of the constituency elections, and the consequent low representation of small parties, makes the overall outcome sensitive to small changes in opinion. When there is a small shift in opinion away from the ruling party, it is usually in real danger of losing power completely. (pp. 347-348)


* proportional system: 비례주의제. 득표수와 의석수의 비율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

* plurality system: 다수대표제. 단순히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제도. 소선거구제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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