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에 관한 (별로 재미 없는) 13장을 읽다가 정치체계에 대한 재미있는 논설을 발견해 기록해 놓는다. 도이치가 높게 평가하는 과학철학자 칼 포퍼의 주장에 이런 것이 있다. '좋은 정치 체계란 나쁜 정책과 나쁜 정치인을 비폭력적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체계이다.' 도이치는 이에 따라 선거란 잘못된 실험을 제거하고 앞으로 무엇을 실험할지를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실험'이란 정책과 정치가를 말한다. 


이런 차원에서 도이치는 비례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비례주의는 득표율에 최대한 비슷하게 의석 수를 배분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비례주의는 종종 민의를 잘 대변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도이치는 비례주의가 제3당에게 일종의 킹메이커 권한을 주어 정부 구성을 선택하게 만드는 불합리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949년에서 1998년 사이에 자유민주당(Free Democratic Party, FDP)이 자신들과 정부를 구성할 정당을 제1, 2당에서 선택하는 권한을 누렸다고 한다. 독일의 자유민주당은 이 기간 동안 12.8 퍼센트 이상을 득표한 적이 없음에도 그랬다. 


양당제의 극한 대립에 싫증난 우리는 종종 대화와 타협이 이상적인 정치의 모습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도이치는 타협에 의한 정책은 누구의 정책도 아니게 되며 오히려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위험을 낳는다고 말한다. 포퍼와 도이치가 얘기하는 정치의 핵심 요소는 비판할 자유이다. 비판을 통해서만 문제점을 찾아 새로운 정책에 대한 생각이 싹틀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음 번 선거에서 잘못된 실험을 제거하고 새로운 실험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 정치에서 종종 '선'으로 얘기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Under a proportional system, small changes in public opinion seldom count for anything, and power can easily shift in the opposite direction to public opinion. What counts most is changes in the opinion of the leader of the third-largest party. This shields not only that leader but most of the incumbent politicians and policies from being removed from power through voting. They are more often removed by losing support within their own party, or by shifting alliances between parties. So in that respect the system badly fails Popper's criterion. Under plurality voting, it is the other way round. The all-or-nothing nature of the constituency elections, and the consequent low representation of small parties, makes the overall outcome sensitive to small changes in opinion. When there is a small shift in opinion away from the ruling party, it is usually in real danger of losing power completely. (pp. 347-348)


* proportional system: 비례주의제. 득표수와 의석수의 비율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

* plurality system: 다수대표제. 단순히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제도. 소선거구제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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