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리라
이케가미 에이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전통 속에서 일본인만이 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에게는 추천하지 않음.)

-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젊은 여자라는 점: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통? 

- 고귀한 피, 황족, 또는 황족과 같은 존재: 일본 황실의 전통  

- 사요코의 생체실험 마루타

- 모든 희생을 무릎쓰고 아틀라스를 건설, 그 책임을 모두 떠안는 타르샨과 나기코: 마치 가미카제 특공대를 결정한 오니시 다키지로 제독이 생각남

- 국체라는 말: 제국주의의 잔재? 

- 자연의 복수, 기괴한 숲: 나우시카의 전통? 

- 트랜스젠더, 세일러 교복: 일본의 풍속

- 지진에 대한 공포 

- 신사, 황위를 결정 짓는 신기 

- 미쿠니, 료코, 히루코의 잔인함: 일본인의 성향?  

- 도쿄 대공습: 태평양 전쟁의 영향

- 세계시장 석권, 수출 산업: 우리와도 비슷한 마인드

탄소세라든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등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는 사실들이며(사실 책 속의 탄소 경제 메커니즘 또는 메두사의 작동원리가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공중 탄소 고정,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한 아틀라스 건설, 의태물질 등의 상상력은 놀랍고 신선했다. 여름에 심심풀이로 읽어보면 좋을 듯한 작품이다. 단,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SF와 만화의 중간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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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
이케가미 에이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월하미인이 진 후의 세계를 미쿠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편안한 세계가 꿈이라는 것은 사요코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월하미인과 함께 밤바람에 흔들리고 싶었다. 눈을 뜨면 아수라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미쿠니 님, 제게 한 번 더 힘을 주세요.>
미쿠니를 꽉 껴안고 꿈의 세계와 이별을 고했다. 다음은 피비린내 나는 쪽을 향해 걸어갈 따름이었다. 타박상을 입은 어깨의 통증, 뇌진탕으로 인한 구토, 그리고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귀에 사이렌처럼 남자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490쪽

나기코와 타르샨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죄를 짊어지고까지 아틀라스 건설을 멈추지 않은 것은 국체(國體)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장래에 반드시 황위 계승자가 나타날 것을 믿고 아틀라스를 계속 건설했다. -597쪽

순간, 구니코의 몸이 자유로워졌다. 갑자기 피가 돈 탓에 머리가 깨진 종처럼 울려 댔다. 위가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구니코는 그 자리에서 토했다. 눈물과 위액은 인생의 무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슬프고도 쓰라리다.-621쪽

행복의 여신은 기대로 붕 뜬 후의 절망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남의 등짝을 걷어차는 게 보통이다. 행복을 손에 넣은 자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왜 여신을 덮치지 않았느냐고. 여신의 뺨을 때리고 턱을 걷어차고 콧대를 주저앉히고 여신의 정조를 능욕한 자만이 행복을 독점할 수 있다. -489쪽

카린이 만들어 낸 경제 탄소 순환 시스템은 입자 가속기의 이미지를 모델로 해서 태어났다. 돈은 에너지체이다. 정지하고 있을 때는 그저 등가 교환권이지만, 운동 에너지를 주면 가치는 만 배든 억 배든 부풀어 오른다. 이것이 돈의 본질이다. 돈은 높은 이자를 찾아 움직이는 성질이 있다. 이것을 막지 않고 항상 높은 이자로 계속 가속하면, 이윽고 운동 에너지는 광속에 가까워져 무한대의 가치를 빚어낸다.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컴퓨터의 힘이다. 메두사는 입자가속기에 해당하는 시스템의 핵이다. -628쪽

취향이나 상황을 먼저 따지는 남자에게는 아직 Y염색체의 악마가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Y염색체의 깊은 곳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완벽한 육체를 가진 여자가 나타났을 때 모든 상황을 넘어 생식하라고. 이렇게 되면 남자는 단순한 Y염색체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653쪽

노예밖에 인간관계가 없던 료코에게 사요코는 자극 그 자체였다. 오세 저택에는 <타월>이라 이름 붙인 난민 출신 소년 노예가 있다. 료코가 손을 씻으면 머리털을 내밀어 젖은 손을 닦아 준다. 옷장에는 <행거>라고 불리는 미소년들이 토르소가 되어 늘어서 있다. 그 밖에도 <의자>, <매트>, <비데>라는 이름의 미소년들이 가구를 대신하고 있었다. 료코에게 인간은 로봇 이하의 소모품이었다. 료코가 사요코에게 집착하는 것은 나름의 우정이었다. 친구에게는 죽음을 주는 것이 료코의 방식이었다.-668쪽

이 미라의 이름을 가르쳐 드리지. 이 여자의 이름은 가무야마토이하레비코. 다른 이름으로 진무(神武) 천황이라고 해. 초대 천황이 아메노미하시라의 영력을 사용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겠나. 하하하.-679쪽

탄소 경제는 50년밖에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타르샨은 예상했다. 그래도 당시 파멸로 질주하던 자본주의보다는 뛰어났다. 언젠가 탄소 경제가 지구가 주도하는 체제로 전환되는 날이 찾아오리라 믿고, 타르샨은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 언젠가 이 어린 경제를 파괴하고 재생시킬 자가 나타나기를 바라면서.-6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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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글쓰기다 - 이제 번역가는 글쓰기로 말한다
이종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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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쓴이는 원문에 충실하기보다 그 뜻의 전달을 중요시하는 자유파(의역파)인 것처럼 보인다. 자유파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굳이 난해한 제임스 조이스의 문장을 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원문이 난해하면 번역문도 난해한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그걸 글쓴이가 풀어쓴 것처럼 하면 제임스 조이스의 의도가 잘 살아나는 것일까.

새겨들을 만한 경험도 있지만 어떤 때는 신변잡기적으로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현직 전문번역가의 직접 경험담을 듣고 싶은 사람은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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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글쓰기다 - 이제 번역가는 글쓰기로 말한다
이종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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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문파는 "원문에 없는 것 넣지 말고, 있는 것 빼지 말자."는 원칙을 고수한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 씨는 <번역의 테크닉>에서 원문이 30줄이면, 번역문도 30줄, 원문에 콤마가 8개 있다면 번역문도 8개, 이런 식으로 최대한 원문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원문의 숨결 그대로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원문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보면 이것이 과연 설득력 있는 얘기인지 의문이 든다.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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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스트 윈터 -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이은진.정윤미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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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의 일대기를 집필한 제프리 페렛(Geoffrey Perret)은 이렇게 썼다. "맥아더의 인생에서 군인으로서 천재성을 인정받은 날은 1950년 9월 15일 하루였다. 위대한 사령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큰 업적을 이루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대개는 그때 총지휘관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아 당대 다른 지휘관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오른다. 맥아더에게는 인천상륙작전이 바로 그런 기회였다."-442쪽

사실 여러 해 동안 맥아더가 자신의 추종자들을 현혹했던 한 가지 비법은 진실을 숨기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 입장이나 대의명분에 도움이 될 때에만 진실을 인정했고 자기가 추구하는 목표에 방해가 될 때에는 가차 없이 저버렸다.-9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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