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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로 변해가는 일본 - 전쟁 국가 일본의 광기 ㅣ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정치 3
이성주 지음 / 생각비행 / 2016년 12월
평점 :
1937년의 중일 전쟁부터 시작해서 태평양 전쟁으로 끌려 들어가는 일본 내 정치 상황 및 국제 정세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다.
간단한 첫 번째 교훈은 군부에 대한 문민통제의 필요성이다. 사실 전쟁의 승패에 대해 가장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집단은 군부이다. 군부는 또한 전쟁의 참혹성에 대해 가장 정확히 얘기할 수 있는 집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의 일본 군부는 러일 전쟁에서 이어온 승리의 방식에 취해 전쟁에 대해 대단히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또한 저자가 강조하듯이 외교적 해결책을 거의 전적으로 무시했다. 일본 내각은 이러한 군부에 휘둘렸으며 오히려 군사적 해결책을 적극 주장하기도 했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인사가 아니라 호전적인 인사가 군 지휘부를 차지하고 있을 때, 문민통제의 상실은 일본과 같은 비극을 가져온다.
또하나 드는 생각은 성공을 거듭할수록 그 다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은 러일 전쟁의 승리로 조선과 만주를 차지하고 중국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러시아와 영국을 제외한 유럽을 차지했던 독일과도 비슷하게, 일본은 이러한 성공이 순전한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실력도 있었다. 하지만 운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무시했다. 그리고는 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밀어 부쳤다 - 전쟁을 통해. 냉정하게 판단하는 인사들도 있었지만, 정황상, 정치구조상 이러한 의견은 묵살됐다. 오늘날도 비슷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한 가지 전략으로 성공했을 때 그 다음을 경계해야 한다. 개인에게도 비슷한 교훈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혁신이 중요하고 또 동시에 어렵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태평양 전쟁은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한 전쟁이었다. 일본과 미국 사이에 존재했던 모든 실력차(경제력, 인구, 과학기술, 사회구조 등)가 이를 예견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전략물자인 석유(그리고 유조선)에 대한 저자의 지적을 읽으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본이 전쟁을 시작했는지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예전에 했던 대로만 하면 승리하리라는 대단히 낙관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전쟁을 시작했으며, 결국 무수한 물적, 인적 피해를 남기고 패배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만약 냉정한 판단으로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을 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오늘의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