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변하지 않는 패턴을 찾아 더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세우는 것은 과학이 맞다. 하지만 공리로부터 시작하여 논리만으로 정리를 도출해 내는 수학은 과학이 아니다. 그 공리가 자연 속에 성립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학자는 머리 속에서 자신만의 '가상' 체계를 만들어 낼 뿐, 그 체계가 세상에 대응할지 미리 결정할 수 없다. 그 많은 체계 중 실제 세계에 대응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때때로 놀랍지만, 수학의 체계는 일반적으로 실제 세계에 대응하지 않는다.


초끈이론을 설명하는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저자로 유명한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은 머리말에서, 대학시절 그가 어떻게 수학의 세계--그에 말에 따르면 변화하지 않는 진리의 체계--에 매혹되었는지 기술한다. 그는 당연히 플라톤주의자이다. 그는 말한다.


산을 오르거나 사막을 헤맬 필요도 없고,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 동굴을 탐험할 필요도 없다. 그저 책상 앞에 편안히 앉아 종이 위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것만으로도 영원불멸의 결과물을 창조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직업인가? (9 페이지)


수학자는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과학을 하는 사람은 이런 말을 하면 안된다. 그는 이런 매력에 빠져 수학과 물리학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가 하는 물리학--초끈이론--이 어떤 성격을 가질지 당연히 짐작이 된다.


그는 삶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영원한 진리를 찾는다고 말한다. 인류의 "모든 종교와 과학, 그리고 철학은 죽음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에서 탄생"했다는 슈펭글러의 글귀가 '폐부를 찔렀다'고 말한다. 누구나 젊었을 때는 '진리'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진리는 그 정의상 시간에 따라 바뀌지 않으며 영원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진리란 과연 있을까? 과학 법칙은 시간에 불변하는 진리라고 정말 얘기할 수 있을까?


"이 여행길에서 우리의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는 다름 아닌 '과학적 탐구 방법'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과연 그럴까? 브라이언 그린이 여기서 갈릴레이의 과학적 탐구 방법을 의미했다고? 나를 필요 이상으로 비판적으로 만든 사람은 역자이다. 원문은 "We will be guided in the exploration by insights from a variety of scientific disciplines."이다. 제대로 번역하자면 '다양한 과학 분야로부터 얻는 통찰'이 우리를 안내한다고 해야 한다.


1장의 제목은 "영원함의 매력The Lure of Eternity"이다. 영원함에 매력을 느끼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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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5-14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과학 분야로부터 얻는 통찰˝이라면...Interdisciplinarity와 맥락이 깉은 말인 것 같아요..비슷한 말인데, 저는 진리에 이르는 길.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은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blueyonder 2021-05-14 08:47   좋아요 1 | URL
네, 세상을 한 눈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