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소개이다. 특히 매우 재미있고 적절한 비유가 눈에 띈다. 이렇게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업적 및 당시 상황을 소개한 전반부 이후, 후반부는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어떤 반목과 우정을 나누었는지,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는 이들이 칭송 받는 업적을 이룬 전반부의 얘기만 대개 잘 알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 책은 그러한 결핍을 채워주는 훌륭한 소개서이다.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당시 주류로 자리 잡아가던 표준적 양자역학, 특히 확률적 해석("코펜하겐 해석")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원자 및 원자핵 연구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던 당시의 주류 물리학에서 한 발 떨어져서 자연에 대한 독자적 이해를 추구했다. 통일장 이론이 그것인데, 이들의 노력은 그 자체로 눈물겹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일찍이 이들은 자신들의 직관과 통찰에 근거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후, 이들의 직관과 통찰은 일종의 유물이 되었다. 자연은 미묘(subtle)하지만 악의적(malicious)이지는 않다고 믿었던 아인슈타인의 믿음을 자연은 배신했다. 이러한 얘기를 읽으며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시대가 변한 후, 시대를 좇아가는 것이 정답일까, 본인이 옳다고 믿었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정답일까.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는 전자가 맞겠지만, 후자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한 가지 다짐하는 것은, 지금 시대가 나의 시대와 다를 때, 나만 맞고 시대가 틀렸다는 아집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가 틀렸다고 우기는 것은, 젊은 세대가 보기에는 그냥 꼰대 짓일 뿐이다.
아인슈타인도, 시대에 뒤떨어진 자신들이 돈키호테로 보일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실히,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사라져 가는 모든 것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