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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
존 톰슨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미술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지나치지 않고 돌아보면서 차근차근 작품을 해석한다는 의미는 사실 전공자들에 한해서, 또는 미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들만의 관점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동감하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직접적으로 미술 작품을 관람하러 가는 경우도 거의 없었거니와 방송매체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화가와, 그의 작품들을 보게 될때 그저 그림과 색감 정도만 알게 되는 것이 나의 미술에 관한 관점이다. 어찌보면 그림을 그렸던 친정 아버지의 덕택으로 그림과 무척 많은 만남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감상하는 차원으로 들어서기 이전에 작품을 창조하는 작업이 얼마나 세밀하고 힘든가를 알기 때문에 아마도 나는 일부러 미술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겟다. 하지만 보던 시선이 있어서 일까? 작품을 해석한다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싶은 마음은 늘 남아 있었나보다. <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는 그런 나의 궁금증을 시원스레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저자 존 톰슨의 설명은 화가, 작가, 그리고 큐레이터라는 직업에서 얻은 모든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 미술에 대한 요점정리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900년대부터 시작된 근현대미술의 미술사부터 시작한다. 본문에 소개되는 화가와 작품은 출품 시기별로 구분되어 있어 현대미술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근현대미술이 발전하기 시작했던 19C초 이성의 규칙과 속박에서 벗어나 느낌에 따른 재현을 하고 있는 낭만주의, 즉 자연주의로 시작된다. 이런 낭만주의 정신에 전적인 반대 표명과 비판을 가하는 사실주의가 귀스타브 쿠르베(화가의 스튜디오, 1855, 본문12p)등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에두아르 마네(올랭피아, 1863, 본문 20p)는 최초의 근대 화가로 불리면서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의 관념적 연대를 제공한 화가이다. 마네를 기점으로 근현대 미술은 인상주의 미술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인상주의란 빛의 변화에 따른 순간적인 형태의 변화 색의 변화를 포착하려는 미술양식을 말한다. 본대로 그린다는 인상주의 정신은 빛에 따라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깊이 없는 사물의 인상을 그린 것이다. 태양광선의 미묘한 조화를 쫓기위해 이들은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으며 튜브형 물감과 접히는 이젤의 발명은 그들의 야외작업을 가능케 해주었다. 인상주의 화풍의 대표 화가로 클로드 모네(루앵 대성당, 잿빛과 장밋빛의 교향곡, 1892~94, 본문 72p), 르느와르, 드가, 로댕등에 대한 설명을 더한다.
조르주 쇠라(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1884~86, 본문 54p)는 점묘주의의 이론과 수법을 이용한 화가로 알려진다. 인상주의가 본능적, 감각적이라는 표현에 반해 신인상주의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과학적이면 분석적인 화법을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적 화풍의 유행에서도 그 양식의 한계를 만족하지 못하고 갖가지 방향으로 표현을 추구하는, 이를테면 인상주의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독자적으로 해결을 추구하던 세잔느, 폴 고갱(마타 무아, 1892, 본문 70p), 고흐등을 후기인상주의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앙리 마티스 (음악, 1910, 본문 112p)는 순수 색채의 고양에 주력을 하는 미술운동의 주자가 되었는데 이는 채도가 높은 색채의 평평하면서도 서로 겹치는 채색면을 강조함으로써 유럽 회와의 색채에의 근대적인 접근을 정의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이들을 야수파라 불리기도 한다.)
입체파 화가의 선두로 불려지는 파블로 피카소(아비뇽의 여인들, 1907, 본문 100p)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00년대부터 나타났던 미술 혁신 운동으로 회화의 전통인 원근법과 명암법, 다채로운 색채를 쓴 순간적인 현실 묘사를 지양하고 자연의 여러 형태를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상으로 환원, 사물의 존재성을 이차원의 타블로로 재구성하고자 한 화파가 바로 입체파인 것이다.
바실리 칸딘스키(녹색 중심부가 있는 회화, 1913, 본문 134p)와 프란츠 마르크(말이 있는 풍경, 1910, 본문 110p)처럼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절대 순수를 표현하고자 하던 표현주의를 이어 미래파, 다다이즘, 추상표현주의로 발전을 하게 된다.
이토록 많은 발전을 해오던 현대 미술은 1960년대에 이르러 미니멀 아트(미국의 젊은 작가들이 최소한의 조형 수단으로 제작했던 회화나 조각을 말한다)라는 표현을 만들어내고 프랭크 스텔라(페스, 1964, 본문 298p), 모리스 루이스(어디에, 1960, 본문 268p)의 계보를 갖게 된다.
앤디 워홀(커다란 전기의자, 1967, 본문 322p), 로이 리히텐슈타인(또는 로이 릭텐스타인)(타카 타카, 1962, 본문 276p)등으로 유명해진 팝 아트는 1960년대 초기 미국에서 발단한 구상 회화의 한 경향으로 흔히 발견되는 일상적인 이미지나 물체를 미술 작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란체스코 클레멘테(물과 포도주, 1981, 본문 358p)가 표현하고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 미술가들의 주된 특징은 모더니즘 문화와 사고 방식이 세워놓은 엄격한 지배의 틀을 거부하는데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소통이 불가능한 정치, 문화, 전문화의 영역을 깨뜨리고, 삶과 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예술에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끌여 들여 비판적으로 다룬다는 특징을 볼 수 있다.
몇몇 작품과 작가만 언급했지만 마로니에북스의 <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에는 130명 작가의 200여점의 현대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어디서 그 많은 작가들의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어디서 그 많은 작품을 한눈에 보고 비교 그림까지 볼 수 있을까. 그런점을 생각해본다면 무척이나 편하게 앉아서 근현대 미술사를 꿰뚫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되는 장점이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의 장점은 화가와 작품에 대해 마치 직접적으로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하는 듯 하다.
이 책에는 역사가 있다. 예술가가 살아냈던 시대가 있다. 우리에게 예술가의 삶에 대해, 그들의 작품에 어떤 교육이나 경험이 나타나 있는지 알려주는 전기가 있다. 미술사가 있다. 예술가의 작품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다른 예술가들이나 그들의 작품과 어떻게 교류하였는지, 그리고 대중과 주류가 그들의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준다.(-서문 5p)
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따분하게 여길지도 모르는 미술사라는 학문을 무척이나 쉽게 이해시키는 책이다. 또한 대표작외에 손꼽은 2-3개의 작품까지 첨부하고 있어서 근현대 미술에 대한 갈증을 충분히 풀 수 있는 컬렉션 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작품과 그에 곁들인 좋은 설명과 함께 편안하게 앉아서 미술을 관람하였다. 미술 작품의 결론을 말하기 보다는 나의 이해를 끌어내는 저자의 설명 덕분에 현대작품이 매력적이라는 말을 이젠 같이 공감할 수 있으며, 미술사를 논하는 대화속에 충분히 나의 견해를 밝힐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