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사傳 세트 - 전5권 ㅣ 한국사傳 6
KBS 한국사傳 제작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역사의 매력을 아는 사람외에는 사실 역사책을 접하기란 망설여질때가 있다. 역사의 기록이란 당쟁싸움과 권력다툼으로 인한 기록이 많기에, 혹은 복잡한 지금의 세상과 비슷한 전개를 두고 있기에 역사를 차분히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다.
"역사의 대중화"라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처럼 보통의 서민들이 역사를 재미있게 접하는 방법은 역사관련 드라마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각색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점이 있기에 왜곡된 역사를 옳은 것인냥 인식할때가 있다.
KBS는 "역사의 대중화"를 시도했다. 역사가 일부학자나 지식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리해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역사는 참 재미있고 왜곡되어 전해진 부분도 있었구나를 알았었다. 잠깐의 시청이 아쉬웠을때 <한국사傳>이란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제목에 대해 설명을 하고 가야겠다.
<한국사傳>. 전통적인 역사서('기紀)란 황제나 왕, 국가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시대의 시스템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전傳'은 사전적 의미로는 '역사에서 임금을 제외한 사람들의 전기를 차례로 적어서 벌여 놓은 기전체 기록'이라 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통 열전이라고 불리는 바로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제대로 옳은 정치를 남긴 것도 역사이고, 부끄러운 사건도 역사이다. <한국사傳>는 그런 역사 속에서도 특히나 인물을 위주로 역사를 말하고 있다. 살인이던, 도둑질이던, 또는 사랑이던 사람의 이야기는 사실 그대로이다.
역사속의 인물들을 개개인으로 볼 수 없다. 그들은 커다란 족적을 남겼으며 그들의 선택은 역사의 한 순간을 흔든 인물들이다. 역사의 기록은 늘 승자의 입장으로 남겨지지만 세월이 흘러 후손들은 역사의 뒷면까지 알게 되는 시대를 맞이한다. 역사란 승자와 패자의 모든 기록이 남겨져야 한다. 비록 승자에 의해 없어지는 기록일지라 하더라도 <한국사傳>처럼 하나하나 밝혀내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 이후의 역사는 또다른 새로운 길로 나아갈지도 모르겠다.
<한국사傳 1>은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조선을 구한 당시 외교관이었던 홍순언,
한국의 무희에서 파리로 진출한 리진,
중국대륙 속의 고구려 제왕인 이정기,
세조에게서는 일등공신이란 믿음과 단종에게서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받은 신숙주,
고종의 비장카드 헤이그의 주역 이준,
아들을 죽인 무서운 아버지 영조,
조선의 여성 CEO 김만덕,
역사의 희생물로 기록되는 비운의 덕혜옹주,
김옥균을 죽인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
약소국 입장이었던 조선과 장수 신유 등 모두 10인의 역사 인물을 만날 수 있다.
<한국사傳2>에서는 '인물로 만나는 또하나의 역사'를 보게 된다.
새로운 조선을 꿈꾼 여걸 소현세자빈 강씨.
조선의 21세기형 복지가 토정 이지함,
몽골을 격파한 고려 승려 김윤후,
왕의 남자 내시 김처선,
외교지략가와 사대주의자 사이에 놓인 김춘추,
베트남을 찾은 최초의 한국인 조완벽,
조선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단원 김홍도,
무인이었던 군주 정조,
난세의 충신 백헌 이경석
조선의 과학 수사관 정약용을 만난다.
상당히 꼼꼼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역사기록뿐 아니라 홍종우나 신유 그리고 이정기 등의 기록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다. 기록은 당시의 사건을 내세우면서 시작한다. 현재 남아있는 문헌속의 사실을 여러 각도로 비교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을 하나하나씩 확인하는 작업이 돋보이는 책이다.
역관이라는 위치가 당시로써는 그닥 중요한 위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홍순언의 기록은 <통문관지:조선시대 중국, 일본 등과의 외교통상 관계를 수록한 책>에 남아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독자들의 재미이기 때문에 굳이 밝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관비의 신분이었던 리진이 프랑스까지 가게 된 연유와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이유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통해 거스를 수 없는 '관비'라는 운명과 새로운 세계인 파리로 인해 살다가 파리로 인해 죽은 리진의 생애를 쫓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능한 왕으로도 기록되는 고종은 비장의 카드를 제시한다. 그리고 열악한 상황의 조선의 외교관들은 헤이그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들은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이토록 역사 속의 인물을 쫓아가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사건의 전말이 자세하게 추론되고 있기 때문에 인물들의 삶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시아버지에게 총애를 받았던 며느리 소현세자빈 강씨. 그녀는 왜 인조와 등을 돌리는 상황까지 갔을까. 인조의 삼배구고두례 사건 후에 소현세자와 강빈은 먼 청나라로 볼모생활을 떠났다. 왕가의 위치라고 하지만 포로의 신분이었던 소현세자 내외는 청나라에서 녹록하지 않는 생활을 지내게 되고, 또한 많은 발전된 시대의 상을 보게 된다. 수모를 겪고도 오히려 꼭꼭 닫혀버린 조선과 그의 중심에 있는 인조, 그리고 다시금 조선으로 돌아온 소현세자와 강빈의 운명을 설명한다.
흔히 토정비결이란 미래를 점치는 운세정도로만 알고 있고 그것의 저자로 알려진 토정 이지함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역사를 알아야함을 토정 이지함의 일대기에서 다시한번 각인하게 된다.
왕에게 왕답지 못함을 고하고 팔, 다리가 잘려나간 김처선, 드라마로도 남겨진 내시 김처선이 당시의 위풍당당했던 자신의 위치에서 왕과 맞대면을 하고 직설을 고하는 장면은 정말 생생하다.
그뿐인가. 뛰어난 외교술로 삼국통일의 중심에 있는 김춘추를 보면서 그의 선택이 만약 다른 것이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변할까라는 추론도 해보게 된다. 세계 최강의 몽골군을 무찔렀던 고려 장군 김윤후의 이야기와. 국익을 위해 어느 누구도 손대기 싫어했던 삼전도비문을 작성한 이경석의 역사는 역사란 비참한 것도 기록되어야 함을, 기억하게 한다.
<한국사傳3>은 '기록 아래 숨겨진 또 다른 역사'를 기록한다.
백제를 재건한 중흥군주라 일컫는 무령왕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여인 정희왕후
여자여서 불행했던 시인 허난설헌
조선이 꺽어버린 홍의장군 곽재우
닫힌 시대의 젊은 열정 광암 이벽
한민족 최초의 해외원정 무왕 대무예
발해는 황제의 나라임을 주장한 문왕 대흠무
시인에서 당쟁의 투사로 남은 송강 정철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를 외친 민생군주, 세종
소리가 하늘이다, 조선의 소리를 퍼뜨린 조선의 악성, 세종
<한국사傳4>에서는 무너진 왕실의 화려한 귀환을 말한다.
광해군의 흩어져버린 기록
스님이 되려 한 전륜성왕의 아들, 창
위덕명왕, 백제왕 창이 흘린 왕의 눈물이야기.
두번 고구려의 왕후가 된 우씨 왕후
등신불이 된 신라왕자 김교각
춤을 사랑한 군주 효명세자
역사의 신화로 남은 공민왕과 노국공주
궁중 여인의 피눈물을 보여주는 혜경궁 홍씨
아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한이 맺힌 기록 한중록
아들과 같은 뜻, 다른 길을 걸었던 흥선대원군
10인의 기록이 담겨져 있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세종이 조선을 다스리던 시대의 지구는 태양 흑점 활동이 매우 적어 일조량이 적었고, 따라서 농사에 어려움이 있던 시대였다. 농업이 국가 경제력의 기반이었던 시대 세종은 국가적으로 농업 개간에 힘써야 했으며 계속된 연구로 개간사업과 영농과학의 기초를 이룬 시대이기도 하다. 또한 민심을 늘 살피던 세종은 음악을 단순히 듣고 즐기는 것만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풍속과 민심을 바꾸어 정치를 바르게 하는 면을 꿰뚫었기 때문에 세종 시대의 음악이 정립될 수 있었다.
자신의 특별한 능력만을 고집하였다면 후세의 기록에 오점이 없었을 것을,,,송강 정철은 여린 감성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아마도 처절한 권력의 중심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 아닐까라는 의문도 갖게 된다. 사방팔방 막힌 나라 조선에서 천재적 시인 허난설헌과 종교와 유교사상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광암 이벽, 위태로운 조선을 구하고자 앞장섰음에도 정치적 논쟁에 역적으로 몰린 홍의장군 곽재우의 기록은 겉으로 보이는 기록뿐 아니라 숨어있는 역사 인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다.
<한국사傳5>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진정한 승자들'의 기록이 있다.
홍역을 치료한 조선의 명의 이헌길
잊혀진 독림운동가 최재형
암행어사의 전설 박문수
국보를 되찾은 문화유산지킴이 간송 전형필
혁명을 꿈꿨던 자유주의자 허균
사라진 천재과학자 장영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인간 이순신의 기록 난중일기
방송되었던 프로라는 타이틀은 역사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대한 신임을 준다. 곳곳에 실린 유물의 사진 역시 정확함을 믿게 되면서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모든 사건은 실제기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진이 있다. 대한민국 곳곳의 역사적 장소만으로 알고 있었다면 그 속에 담겨진 역사를 제대로 떠올리고, 기록을 읽기를 권한다.
Tv 영상으로만 남겨졌다면 <한국사傳>의 제대로 된 기록을 얼마만큼의 독자들이 알 수 있었을까. 책으로 나왔음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문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역사는 왜곡되지 않은 거울이다. 그것을 바라보고 얼룩을 닦아내고 바른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역사는 부끄러운 치부마저 그대로 기록해야한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리얼하다. <한국사傳>은 리얼한 역사중에서 시대의 시스템, 승자의 시스템 보다는 리얼한 인간이야기, 휴먼스토리로 꾸며져 있다.
물론 역사속의 뒤안길에 있던 인물들은 낯설기만 하다. 역사속에서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역사는 기록되어 있고. 그들은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진솔한 역사의 기록이 필요함을 느낀다.
역사를 지루하고 딱딱하게 경직된 구구절절한 설명이라 떠올려진다면 <한국사傳>를 권한다.
남겨진 사료를 통한 사실적 소재와 역사의 장소를 볼 수 있는 사진, 그리고 고문의 기록을 통해 역사에 대한 상식이 점점 더 깊어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역사는 지금 우리의 삶 곳곳에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동네의 표지석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고, 동네 이름의 유래를 찾아 역사를 뒤질때도 있을 것이고, 조상의 삶에서도 역사의 기록을 찾아낼 수 있는 높은 안목을 갖게 됨을 느낀다.
다양한 관점의 역사 해석과 관심은 우리의 역사가 이 땅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그리고 더 멀리까지 뻗어나갈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