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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 꿈을 빚다 ㅣ 푸른도서관 45
신현수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평점 :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떠올리다 보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청자 시대에서 백자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이어준 분청사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세대교체가 되는 시절, 우리나라 자기의 역사 역시 서서히 바뀌게 된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만백성의 그릇'으로 인식되는 분청사기, 역사속 하나의 증인으로 남은 분청사기와 그릇을 만드는 사기장의 책임을 소재로 우리나라 역사와 유물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설이 『분청 꿈을 빚다』입니다.
『분청 꿈을 빚다』는 옛 전라도 땅, 장흥부 탐진현에 있던 대구소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금의 전남 마량항을 포함으로 전남 강진군 일대가 고려청자를 빚던 자기소가 많습니다. 지금도 강진에는 도자기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옛 조상의 기억이 이어지는 좋은 예인듯합니다.
대구소를 이끄는 고려 최고의 사기장이 아버지인 강뫼는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 훗날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기장이 되기를 꿈꾸면서 열심히 일합니다.
하지만, 지역의 특성상 왜구가 늘 침입해서 온 마을을 초토화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친구 효문과 함께 지산스님을 따라나섰지만, 그 길은 그토록 존경하던 아버지를 잃는 아픔으로 남아버립니다. 아버지가 남긴 아름다운 청자를 가슴에 품고 강뫼는 어머니와 누나를 데리고 치손, 효문과 함께 길을 떠납니다.
강뫼는 뼛속까지 사기장으로 자리 잡을 운명입니다.
최고의 솜씨를 가진 아버지의 사기 빚는 솜씨를 재현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다시 자리 잡은 충청도 계룡산 기슭에서는 그 찬란한 청자의 빛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더구나 어린 강뫼에게는 뼈아픈 시련도 다가옵니다. 탐진을 등지고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함께 떠나온 치손은 강뫼의 식구를 배신하기도 하고, 형제처럼 여겼던 효문은 강뫼에게 큰 허전함을 안겨주고 떠나버리기도 하지만 강뫼의 그릇을 빚는 일을 꾸준히 묵묵히 하게 됩니다. 보안 유천에서 최고의 사기장이었던 어른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고 북쇠라는 듬직한 이를 만나기도 하고, 솜씨를 인정받아 절에서 사용하는 그릇을 만들기도 합니다.
강뫼의 아버지는 '고려청자'를 빚던 사기장입니다.
왕실의 그릇, 또는 대갓집 그릇으로만 사용되었기에 청자는 여러 사람이 함부로 만질 수 있는 그런 그릇이 아니었습니다.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으로 옮겨가는 시기에 청자는 점점 쇠퇴합니다. 새로운 왕조의 등장으로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이 변화하는 시기라 그릇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이때 생겨난 그릇이 '분청사기'입니다.
'분청사기'는 청자에 흰색으로 분칠을 한 자기입니다만 그의 탄생 배경에 대해 역사에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분청 꿈을 빚다』에서는 충청도 땅에서 청자 고유의 색을 내지 못해 고민하는 강뫼가 넓게 펼쳐진 목화밭을 보면서 새로운 그릇을 떠올리는 모습으로 '분청사기'의 탄생 배경을 소설로 이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효문 역시 그릇 때문에 아버지를 여읜 아픔으로 다시는 그릇을 빚지 않겠다고 떠났지만, 그 역시 그릇을 떠나 살 수는 없었나 봅니다. 강뫼의 아픔으로 남았지만 효문이 남긴 유산은 강뫼에게 새로운 그릇을 만드는 계기와 또 다른 사랑이었습니다.
'분청사기'는 이름조차 없이 그저 '사기'로만 불렸습니다.
1930년대 고미술학자였던 故 고유섭 선생이 '백토로 분장한 청자'라는 뜻에서 '분장회청사기'라 명명하면서 이를 줄여 '분청사기', 혹은 '분청자'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분청사기'는 분명히 우리 역사 속에 우리 조상과 함께 한 유물입니다. '분청사기'는 자유분방하고 활력이 넘치는 실용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음이 특징입니다. 청자에서 이어졌지만, 때론 과감하게 생략하고 변형시켜 재구성한 무늬와 형태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모양과 선에서 소박한 일반 서민의 문화가 배어 있습니다.
『분청 꿈을 빚다』는 진실하고 소박한, 또한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움에 이끌린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태어난 소설입니다.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새롭게 인식하는 요즘 우리의 문화유산인 '분청사기'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청소년들이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외우라는 강조의 역사보다는 『분청 꿈을 빚다』처럼 생활과 밀접한 하나의 유물 속에 이어지는 역사를 익히기란 더욱 흥미로우면서도 깊이 있게 새겨질 것 같습니다. 강뫼가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아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는 주체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 역시 같은 심정으로 미래적인 역사관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