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길을 가라
로랑 구넬 지음, 박명숙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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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하늘아래 드넓은 바다를 향해 걷는 어른과 아이.
나와 내 아이가 될 수 있는 그림이고. 나의 부모와 내가 될 수 있는 그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로랑 구넬이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를 만났다.
평범하지만 다른 이들보다 조금은 더 나은 듯한 삶을 사는 작가는 문득 떠난 휴가길에서 현자를 만난다.

현대에 살고 있는 인간은 전쟁터와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삶은 그렇듯 치열하다고 당연히 여기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스스로 자신을 달래주는 말을 한다.
'살기 바빠서 내 꿈을 포기했다' 라거나 '지금의 일을 결말을 짓고 나를 되돌아 볼 것이다'라는 말을 하거나 '살다보니 지금의 일이 가장 값진 인생이더라'라는 등의 말로 타인에게 나 자신을 내보이면서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는 이런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있다.

이것이 당신이 원하던 삶인가?
사는게 다 이런거 아니겠냐라는 결론을 내리는 우리에게 현자는 우리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답을 준다.
살기 위해 또는 목표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을 우리에게 또는 나에게 불행한 사람이라고 한다.
다른 이들의 기준과 비슷한 삶을 사는 나에게 불행한 사람이라고 한다.

현자는 인생을 더 나은 목표를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어가라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늦추라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현자가 가르치는 말은 단 하나이다.
내가 살고 있는 삶에서, 시간에서, 생활에서 어려울 때 또는 포기하고 싶을 때 또는 이것이 제대로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때 앞으로 한걸음만 더 디디라고 말한다.
현자는 작가에게 여러가지 의문을 던지면서 결국 삶이라는 것은 나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나의 몫이라는 것을 말한다.
 

내 속에 앉아있는 "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바로 주변의 인물이 아닌 나 자신이다.
이런 내가 힘들게 꿈을 이루어간다해도 또 다른 꿈이 앞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멈추지 말자. 두려움과 마주치고 계속 달린다면 그 동안은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이 과정을 스치면서 선택을 옳게 했나 그른 선택을 했나 갈등도 한다. 하지만 내가 한 선택은 내가 겪어내고 이끌어야 할 나의 삶이다. 궁금해하고 이해하고 하나씩 삶을 만들어가는 이것이 바로 행복인 것이다.

현자는 작가에게 말한다.
내면의 나 자신과, 꿈과, 두려움과, 선택과, 행복과 마주한다면 내 마음의 주인이 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양에서는 정신세계에 관한 종교나 학문이 오랫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에 결국 삶이란 나 자신을 포장해서는 절대로 참된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가르침을 무의식중에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지혜가 그닥 동양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인가. 이 책이 출간된 후 프랑스 현지에서는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 좋은 이 책이므로 의료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독자들의 주장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삶이라는 것은 결국 나의 마음과 나의 생각에 달려 있음을 인생 마라톤 중에 잠깐 쉬는 짬을 주는 책이다.
책의 시작에 있는 가르침을 주는 글 중 하나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없다.
 
   

변화란 작은 것부터이다. 이것을 깨닫는 자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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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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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언제부터인가 현대의 대표적인 화두이다.
외모지상주의로 고개 숙이는 여자와 그 곁에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불우한 가정 속에서의 성장으로 인해 사람을 피하는 듯한. 또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사는 듯한 두 남자는 그냥 그렇게 평범한 사람 속에서 산다. 하지만 생활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도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에서 제외되는 여자가 있다.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로서의 삶도 죄의식으로 남아야 하고, 사회에서의 삶도 그저 자리 때우기만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어찌보면 그것조차 감사히 여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스스로 그렇게 되기 전에 이미 못생겼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회가 그렇게 자리를 잡아준다.

주인공 나는 잘생긴 아버지와 못생긴 어머니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종지부를 찍었는지 직접 겪었다. 오로지 아버지만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하였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버림에도 한마디 할 수도 없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절망과 한숨뿐인 삶을 갖을 뿐이다.
뚜렷한 인생관도 없고, 그렇다고 소설을 쓰고 싶어하지만 그것에 대한 열정도 그닥 느껴지지 않는 주인공 나는 그저 그런 이유로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1986년. 주인공 나는 스무살이다.
1986년 내가 고등학교 3학년때의 시대이다.
지금처럼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이라는 단어가 나왔듯이 직장을 찾게 되는 과정에서 많은 여학생들은 만연해있던 외모지상주의를 겪게 된다. 머리가 나빠도 얼굴이 받쳐주면 괜찮은 사무직에 입사하는 것이고, 머리가 좋아도 외모가 빠지면 그저그런 경리직으로 빠진다는 말이 졸업생들 사이에서 원칙 아닌 원칙이 되던 시절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우울하다.
사람의 우울함과 폐쇄적인 심리는 외모로부터 얻어지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어릴적 느꼈던 심리적 아픔이 더 큰 원인임을 알면서 이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주인공과 그의 유일한 친구 요한에 대한 느낌은 갑갑스럽기만 하다. 오히려 못생겨서 고개 숙이는 여자가 더 삶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다른 시도를 해보려는 듯 하다.

못생긴 여자를 내칠 수 없었던 것은 주인공의 엄마와 겹치기 때문이다. 잘난 남자에게 버림 받은 엄마의 얼굴이 바로 여자의 얼굴일 것이다.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다가가지만 여자는 겁을 낸다. 또다른 상처를 주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갖는다.

번듯한 두 청년은 못생긴 여자와 가까와 진다. 서로 친구처럼, 형제처럼, 오누이처럼 그들은 그렇게 이십대를 보내고 있었다. 
불행한 가정사는 두 청년의 생활 속에서 깊이 자리잡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우울함으로 인해 자신을 포기하는 요한. 그것을 바라본 못생긴 여자와 잘난 남자.
그리고 뚜렷하게 하고 싶은 공부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순서대로 대학을 들어가고 지레짐작으로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남자를 두려워하는 여자.
그리고 둘의 이별과 사고와 또다른 만남까지..

글을 쓰고 싶어했던 사람과 글을 쓴 사람이 있다. 그 속에는 못생긴 여자가 있다.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던 남자가 있다.
세월이 흘러 오랜 정으로 이어진 두 사람과 기억속에 남은 한사람..

긴 글을 읽으면서 이토록 차분하다못해 가라앉는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소설의 배경은 내가 겪었던 시절이었고, 내가 사회를 향해 다가서고, 그것을 위해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라 문장 하나하나, 배경 하나하나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내 주변의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하다.

표지의 시녀들이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에 못생긴 시녀 한명이 있다. 당시의 궁정에서는 난쟁이가 광대의 역할을 하고 이들을 궁정에 두고 있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림 속의 광대는 그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위축된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그림에서 보여지듯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오히려 후세의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여자 광대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무엇인가.

인간이 만들어놓은 규칙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관습에 오히려 인간 스스로가 얽매여서 허둥댄다고 하는 것처럼 정작 나는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알게 모르게 못생긴 여자에게 동정어린 눈길을 보냈음을 인정한다. 그 자체가 얄팍한 인간성을 보인것에 부끄럽다.

책을 읽어가면서 떠올리는 결론과 또다른 결론은 심각하게 읽어내려가는 감성을 너무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을 준다.하지만 끝을 보기위해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는 그 속에 녹아져있는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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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항상 지켜줄게!>를 리뷰해주세요.
널 항상 지켜 줄게!
앨리슨 맥기 글,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임정진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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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드신 친정어머니가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외출 후 돌아오면 너무너무 반갑게 맞아주는 강아지를 보면 오히려 무뚝뚝하고 냉정한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하신다.
말도 못하고 그저 주인만 바라보는 한낱 미물의 강아지이지만 그 마음은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갖고 있을때가 많다.
강아지를 키울때보면 강아지는 자기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식구만을 위해 충성한다. 여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더라고 오로지 한사람만 쫓아다니고 한사람한테만 보여지는 그 미묘한 사랑이 있다.
그런 강아지를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강아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책은 작은 강아지의 여러가지 귀여운 포즈로 첫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애완견이라고 할만한 예쁜 강아지도 아니고 믿음직한 덩치의 그런 커다란 개도 아니지만 강아지는 집을 지켜주겠다고 다짐을 한다.  다람쥐랑도 싸우고 거미같은 괴물과도 싸우고 쥐와 같은 악당들도 쫓아 내겠다고 한다. 번개도 막아주고 유성도 피해가게 해준다고 한다. 왜 그럴까??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중인 앨리슨 맥기라는 작가의 그림책이다.
사람과 강아지가 오래전부터 맺어온 그 끈끈한 사랑과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예쁘고 귀여운 일러스트로 꾸며져있다.
작은 강아지가 어찌보면 무모한듯한 커다란 결심을 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표지에 그려져 있는 서로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와 소녀의 표정에서 답을 알 수 있다.
사람과 동물의 사랑과 믿음을 충분히 느끼는 사람이라면 사람과 사람의 사랑과 믿음 역시 충분히 베풀고 받아들이는 큰 마음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잠잘때 엄마가 이 책을 읽어준다면 아주 행복한 꿈을 꾸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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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탐정 브라운 1>를 리뷰해주세요.
과학탐정 브라운 1 - 사라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찾아라! 과학탐정 브라운 시리즈 1
도널드 제이 소볼 지음, 박기종 그림 / 살림어린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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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못하는 나로써는 아이들이 과학 원리를 물어볼 때 난감할 때가 있다.
그 많던 과학 공식도 지금은 가물가물한 이유가 아마도 과학 공부를 그저 글씨로만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의 과학책은 무척 쉽고 재미있다. 그렇기 때문이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보다 과학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고 생활 속에서의 과학을 더 알고 있을 때도 있다.

<과학 탐정 브라운>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탐정 이야기에 과학이야기까지 보태어서 추리력과 과학의 관찰력을 배울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아이다빌 시의 경찰서장의 아들 르로이 브라운은 '인사이클로피디아' 즉 백과사전이라는 별명을 갖고 다니는 10살 소년이다. 르로이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주의깊게 듣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사건을 해결한다. 르로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이 결코 어려운 과목이 아님을 보여준다. 똑같이 사물을 봤어도 얼만큼 꼼꼼하고 세밀하게 관찰하는지에 따라 사건을 해결하고 못하고를 볼 수 있다.

사건을 해결하고 그 사건의 과학적 근거를 설명한 <과학솔루션>은 초등 교과 과정과 연관된 과학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과학의 기초를 제대로 알고 이해한다면 후에 중고등 과학 역시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아이들은 충분히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을 관련된 교과 내용을 소개할까 한다.
<빛을 가지고 있는 성질-3학년2학기 빛의 나아감/5학년1학기 거울과 렌즈>
<액체의증발-4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액체/4학년 2학기 모습을 바꾸는 물>
<금속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5학년 2학기 용액의 반응/6학년 2학기 연소화 소화>
<물체의 무게 중심 찾기-4학년 1학기 수평 잡기/4학녀 2학기 용수철 늘이기>
<소리의 세계-3학년 2학기 소리내기>
<사람의 감각 기관-6학년 1학기 우리 몸의 생김새>
<물체의 속력-5학년 1학기 물체의 속력>
<지문 속에 숨어 있는 과학-4학기 2학기 동물의 생김새/6학년 1학기 우리 몸의 생김새>
<신비로운 힘-마찰력-6학년 2학기 편리한 도구>
<날씨의 예측-3학년 1학기 날씨와 우리 생활/6학년 2학기 일기 예보>

2권에서는 좀더 많은 과학이론과 과학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르로이의 활약을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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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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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조심하게 젊은이" 

들릴 듯 말 듯한 이 말로 시작되는 글은 결국 밤을 하얗게 지새워 책을 다 읽어버리게 만들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검은 구.
그것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가온다. 모든 벽을 통과하면서 사람을 흡수한다. 그것도 살아있는 사람만..
무엇이지? UFO인가? 사람들은 호기심에 그것을 바라본다. 하지만 바로 눈 앞에서 사람이 흡수되는 것을 보고나서야 도망치기 시작한다.
어제까지 활기차던 도심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피난가는 사람들의 행렬이다.
전쟁이 터진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피난을 한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그것도 잘나가는 이 시대에 말이다.

32살의 남자는 평범하지만 또래에서 조금 잘나가는 그런 사람이다.
평범한 인생에서 그저 좀더 나은 상위층을 향해 그때그때 상황에 적응해 나가는 그런 남자다. 뭐..32살의 남자가 독립도 했고, 차도 있고, 집도 있고, 일의 능력에서 상사에게 인정받으니 나름 성공 가도를 달리는 남자의 모습이다.

어느날 무심결에 목격한 검은 구와 그것으로 빨려들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도망을 친다. 경찰에 신고도 안했다.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동네 노인들이 놀라서 허둥대는 남자의 말을 듣고 미친놈이라는 눈길만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는 부모님 집을 향한다.
독립한 후에 연락이 점점 뜸해진 자신이었지만 그래도 떠올리고 챙겨야 할 사람은 부모님 뿐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다가오는 검은 구에 비해 남자는 서두른다. 조바심만 남아있다. 그나마 구에 대해 조금은 파악했기때문에 8분여의 시간을 잠깐 졸고 또 도망하고 또 졸고를 반복한다.
그것은 소리없이 나타난다. 하지만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두렵다. 아무 소리 없고 아무 반응이 없고 그저 제일 가까운 사람만 쫓아가서 흡수하는 것 뿐인데 두렵다.

'2009 멀티 문학상' 수상작으로 1억원의 고료를 받은 작품이다.
출판 및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 방송사 SBS 등이 만든 '멀티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단 도망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 무엇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그려내고 있다.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또 발생되는 인간의 잔악함을 그려낸다. 책 속의 폭도, 강도들은 언제 자신이 검은 구에 빨려들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을 무시한다. 눈앞의 것만 취하면 된다.

결국 검은구로부터 도망치던 남자는 온 지구상에 오롯하게 혼자 남겨진다.
그리고 또 다시 바뀐 주변의 상황에 남자는 혼란스럽다. 꿈일까 생시일까?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남자는 언제부터인가 또 도망친다. 이번에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친다.


얼마 전부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불안에 시달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늘 무언가에 쫓기지만 그 공포의 정체는 찾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문제인가, 사회적인 문제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그 시간을 보내며 해온 고민이 글에 담겨 있습니다.(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늘 쫓기듯 살아간다. 급할것도 없는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도망치듯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편히 쉬어야 하는 시간에도 무언가 모르는 불안감에 움직이게 되고 억지로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또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자.

운동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직장에서 맡은 일을 하는 사람..극히 당연한 취미와 의무와 책임감을 하고 있지만 문득문득 무엇에 쫓기듯 앞에 있는 숙제들을 해치워버린다.

"...을 조심하게"
그렇다.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나타나는 절망의 그 구를 조심하라는 것이다.
절망이 왜 내 앞에 나타나는 지에 대한 답은 독자들이 알고 책 속의 인물 스스로가 알고 있다.
절망이라는 것은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나타나고 언제라도 정해진 것 없이 나타난다. 


그는 길에 도착했다. 그는 길을 뛰었고 더 멀리, 그리고 더 멀리 도망쳤다. 그는 더 먼 곳으로 도망쳤고, 다시 도망쳤다. 끝없이 도주했다. 남자는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절망을 피해 도망쳤다. 이것은 남자의 도주에 대한 기록이다. 남자는 도망친다.(p418)
인간의 모습이다.
도망쳐야 하는 인간의 운명.
운명에 대한 도전이라고,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라고 떠벌리던 인간들은 도망친다. 끝없이 도망치는 모습에서 무엇을 결론내려야 하는지 책을 덮고 한참을 머뭇댄다.
내가 내릴 결론은 무엇이어야만 하는가.
지극히 당연한 해피앤딩을 떠올리지만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라는 반문이 해피앤딩의 발목을 잡아 붙들어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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