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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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언제부터인가 현대의 대표적인 화두이다.
외모지상주의로 고개 숙이는 여자와 그 곁에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불우한 가정 속에서의 성장으로 인해 사람을 피하는 듯한. 또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사는 듯한 두 남자는 그냥 그렇게 평범한 사람 속에서 산다. 하지만 생활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도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에서 제외되는 여자가 있다.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로서의 삶도 죄의식으로 남아야 하고, 사회에서의 삶도 그저 자리 때우기만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어찌보면 그것조차 감사히 여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스스로 그렇게 되기 전에 이미 못생겼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회가 그렇게 자리를 잡아준다.

주인공 나는 잘생긴 아버지와 못생긴 어머니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종지부를 찍었는지 직접 겪었다. 오로지 아버지만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하였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버림에도 한마디 할 수도 없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절망과 한숨뿐인 삶을 갖을 뿐이다.
뚜렷한 인생관도 없고, 그렇다고 소설을 쓰고 싶어하지만 그것에 대한 열정도 그닥 느껴지지 않는 주인공 나는 그저 그런 이유로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1986년. 주인공 나는 스무살이다.
1986년 내가 고등학교 3학년때의 시대이다.
지금처럼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이라는 단어가 나왔듯이 직장을 찾게 되는 과정에서 많은 여학생들은 만연해있던 외모지상주의를 겪게 된다. 머리가 나빠도 얼굴이 받쳐주면 괜찮은 사무직에 입사하는 것이고, 머리가 좋아도 외모가 빠지면 그저그런 경리직으로 빠진다는 말이 졸업생들 사이에서 원칙 아닌 원칙이 되던 시절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우울하다.
사람의 우울함과 폐쇄적인 심리는 외모로부터 얻어지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어릴적 느꼈던 심리적 아픔이 더 큰 원인임을 알면서 이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주인공과 그의 유일한 친구 요한에 대한 느낌은 갑갑스럽기만 하다. 오히려 못생겨서 고개 숙이는 여자가 더 삶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다른 시도를 해보려는 듯 하다.

못생긴 여자를 내칠 수 없었던 것은 주인공의 엄마와 겹치기 때문이다. 잘난 남자에게 버림 받은 엄마의 얼굴이 바로 여자의 얼굴일 것이다.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다가가지만 여자는 겁을 낸다. 또다른 상처를 주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갖는다.

번듯한 두 청년은 못생긴 여자와 가까와 진다. 서로 친구처럼, 형제처럼, 오누이처럼 그들은 그렇게 이십대를 보내고 있었다. 
불행한 가정사는 두 청년의 생활 속에서 깊이 자리잡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우울함으로 인해 자신을 포기하는 요한. 그것을 바라본 못생긴 여자와 잘난 남자.
그리고 뚜렷하게 하고 싶은 공부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순서대로 대학을 들어가고 지레짐작으로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남자를 두려워하는 여자.
그리고 둘의 이별과 사고와 또다른 만남까지..

글을 쓰고 싶어했던 사람과 글을 쓴 사람이 있다. 그 속에는 못생긴 여자가 있다.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던 남자가 있다.
세월이 흘러 오랜 정으로 이어진 두 사람과 기억속에 남은 한사람..

긴 글을 읽으면서 이토록 차분하다못해 가라앉는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소설의 배경은 내가 겪었던 시절이었고, 내가 사회를 향해 다가서고, 그것을 위해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라 문장 하나하나, 배경 하나하나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내 주변의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하다.

표지의 시녀들이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에 못생긴 시녀 한명이 있다. 당시의 궁정에서는 난쟁이가 광대의 역할을 하고 이들을 궁정에 두고 있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림 속의 광대는 그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위축된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그림에서 보여지듯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오히려 후세의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여자 광대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무엇인가.

인간이 만들어놓은 규칙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관습에 오히려 인간 스스로가 얽매여서 허둥댄다고 하는 것처럼 정작 나는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알게 모르게 못생긴 여자에게 동정어린 눈길을 보냈음을 인정한다. 그 자체가 얄팍한 인간성을 보인것에 부끄럽다.

책을 읽어가면서 떠올리는 결론과 또다른 결론은 심각하게 읽어내려가는 감성을 너무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을 준다.하지만 끝을 보기위해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는 그 속에 녹아져있는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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