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좀 길게 다녀왔다.
계속되는 직장 생활에 소진되는 느낌이었달까?
급기야 좋아하는 책도 재미없고 시큰둥해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매해 일주일 정도의 휴가와 명절 휴가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짧게만 느껴졌고,
그럴수록 더 절실히 긴 휴가를 원했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럴 형편은 되질 않으니,
'그만 두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보름 정도의 휴가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아무 것도 안 하면서,
그렇게 설렁거리고 보냈다.
일부러 컴퓨터를 켜지 않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는데,
그동안의 네트워킹으로 인하여 핸드폰으로 이런 저런 알람들이 도착했고,
그러면 습관처럼 트랙백해서 이런 저런 내용들을 살짝 읽곤 했다.
컴퓨터를 하지도,
텔레비전을 보지도,
음악을 듣지도,
책을 읽지도 않고,
아무 것도 하지않은 채로 며칠을 지내다 보니,
제일 먼저 책이 고팠다.
아, 나는 책에 중독되어 있었구나.
제법 신중하게 여러 권을 들였다.
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박현주'님의 번역이라고 해서 들인 '하우스 프라우'는 그저 그랬다.
박현주 님의 번역을 코멘트할 깜냥이 아니어 주시기도 하지만,
읽었다기 보다는 훑어본 정도라,
박현주 님의 번역이어서 들였다고 하기에 무색하다.
책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주인공 이름이 '안나 카레리나'의 그것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들먹이면 안된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 책의 리뷰는 제법 되는데, '구매'단추가 없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이제와서 후회해 뭐해~--;
다음,
자기계발서는 좀처럼 안 읽는데,
책표지를 보고 왠지 읽고싶었다.
불광불급: 미치려면 미쳐라
이윤환 지음 / 라온북 /
2017년 2월
책은 이 사람의 그간 과정을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성공을 한걸 보면,
책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아우라와 파장을 가졌을 것 같다.
여러가지 딴지를 걸 여지는 있지만 꾹 참고,
좋은 기운만 전해받는걸로 하자.
'혼불'은 4권까지 읽었고,
여행 중 전주에서 최명희 문학관에도 들렀고,
남원에 혼불 문학관이 있다는 것은 요번에 알게 된 수확이었다.
전주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5~6년만에 다시 갔는데,
그대로 인듯하면서도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인생부동산'도 없어지고,
(원주민을 그대로 놔둘리가 없지~--;)
'알쓸신잡' 경주 편에서 얘기하던 젠트리피케이션이 '전주'라고 비껴가질 않았더라.
한식의 품격
이용재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여러 종류의 책을 이렇게 저렇게 교차하여 읽었는데,
뜻하지 않은 수확은 '한식의 품격'이다.
'맛의 원리와 개념으로 쓰는 본격 한식 비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재밌고,
문제 의식도 겉돌지 않는다.
그동안 논리적인 글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완전 재밌다.
곁에 두고 야금야금 읽으려고 했는데,
밤을 지새우며 폭식으로 끝내게 생겼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찬바람도 '살랑~' 불어주고,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기운은 좀 가라앉았으니,
이렇게 '지금, 여기'를 사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