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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반찬가게 인기 레시피 - 핫한 동네에서 매일 불티나게 팔리는 특급 반찬 120 ㅣ 소문난 반찬가게 인기 레시피 1
채움반찬 외 지음 / 비타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남동생은 조리사이다.
요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쉐프들처럼 폼 잡고 겉멋 부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만들어 내놓는 음식만은 하나같이 내 입맛에 맞는것이, 최고로 맛있다.
그렇다고 다 커서 따로 살림을 차린 처지에 매일 남동생이 만들어준 음식만을 먹을 수는 없는 고로,
남동생이 만들어준 마법의 베이스를 이용하면 얼추 그 맛이 난다.
기실 나는 먹는 것에 예민한 편은 아니다.
인스턴트 식품도 잘 먹고, 바닥에 떨어진 것도 툭툭 떨어 입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배만 부르면 세상이 살만한 곳이 되는 것이 마냥 넉넉해진다.
그렇지만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것은 아니다.
편식이 심해서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의 경계가 명확하고, 비린내가 나면 입에 대지 않는다.
'핫한 동네에서 매일 불티나게 팔리는 특급반찬 120'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소문난 반찬가게 인기 레시피'란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궁금했다.
사람들의 입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그건 맛의 일반성을 얘기한 것일테고,
대부분 지역 색깔에 따라, 삶의 질이나 정도에 따라 입맛이 다르게 마련인데,
그걸 어떻게 평준화하여 '소문난 인기 반찬가게'가 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렇다고 내가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해 보는 수고를 하지는 않았다.
그림도 책을 보고 공부하고,
여행도 다른 사람이 쓴 여행기를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나답게,
이 책도 레시피를 보고 따라해본건 몇 개 안 되고,
책을 보면서 4군데 반찬가게 레시피를 비교 분석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으려 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으리라고 착각했었다.
이 책에 나온 '소문난 인기 반찬가게'가는,
목동 채움반찬, 판교 소중한식사, 분당 리쿡54, 옥수동 셰프찬, 이렇게 네 곳인데,
인기반찬은 비슷하게 중복되기도 하고 자기 가게만의 주력 반찬이 있기도 하다.
목동 채움반찬의 '베이컨 달걀말이'와 판교 소중한식사의 '맛살 달걀말이'가 그러하고,
목동 채움반찬의 '닭가슴살 카레'와 분당 리쿡54의 '고구마 카레'가 그러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메인 재료와 부대 재료들을 개성에 따라 가감하여,
반찬 가게 나름의 개성을 살린 무침과 볶음과 조림, 장아찌 따위가 탄생한다.
책을 본 소감은,
아무래도 '핫한 동네'여서 그렇겠지만,
일반적인 재료 뿐만이 아니라, 가격이 좀 나가는 특별한 재료를 사용한 반찬들도 제법 있었고,
웰빙족이라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 듯한 반찬들도 있었다.
한번씩은 고가의 재료들을 사용하겠지만,
매번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운 경우, 대체 가능한 식재료들을 소개해줬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음식은 하나 같이 맛있어 보였고, 그들이 가진 솜씨를 제대로 뽐내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의 취지처럼 '소문난 인기 반찬가게'를 광고하고 뽐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곳들의 요리비법을 전수하여 가정에서 한번씩 해볼 수 있고 그리하여 건강한 식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지,
타겟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요리초보들이 알아야 할 것들' 해서 Q&A로 정리한 것이나 소문난 반찬가게의 비법 양념장 같은 구성은 좋았다.
동생이 만들어준 마법소스처럼, 이런 비법 양념장만 있으면 어떤 요리도 두렵지가 않다.
반찬가게들마다 반찬을 맛있게 먹는 비법이라고 하여 반찬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하였는데, 그것도 좋았다.
목동 채움반찬은 나물을 약간 짭조름하게 간 하는 것을,
분당 리쿡54는 당일에 만들어 최대한 당일에 먹는 것을,
판교 소중한식사는 알맞은 냉장고 칸에 보관하기를,
옥수동 셰프찬은 만든 반찬을 빠르게 식혀 보관하는 것을 얘기한다.
책이라는 제약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레시피는 과감하게 생략된 곳도 많았다.
그러려니 한 것도 있고 이해가 안된 것도 있는데,
161쪽의 '매콤닭볶음탕' 같은 것은 레시피 대로 했다가는 속은 안 익고 겉은 냄비바닥에 눌러붙을 것 같았다.
난 나물무치는 것을 좀 두려워하는 편인데,
'일년 내내 즐겨 먹는 건취나물'같이,
'취나물처럼 향이 좋은 건나물은 미리 불리지 않고 바로 삶아요' 같은 팁은 참 좋았다.
책 뒷표지에 보면 이 책의 포인트4가지가 나온다.
핫한 동네, 핫한 반찬 가게의 베스트 반찬 수록,
엄마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반찬 레시피 120품 대공개,
365일 밥상에 올려도 질리지 않는 필수 반찬 레시피,
요리초보자가 부엌에서 펼쳐보는 활용 만점 기본 반찬 책, 이 그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요리초보자가 부엌에서 펼쳐보는' 책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요즘 요리 초보인 주부들도 많지만,
인터넷이 발달하여 클릭 몇번만 하는 수고를 하면 자상한 요리법과 요리팁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 사람이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먹는 것을 그 사람의 본성 내지는 인성이랑 결부시킨 말 같지만,
의미를 축소시켜 '앵겔지수'와 연관시켜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걸 알라딘 서재 이 동네에 맞게 바꿔보면,
'그 사람이 읽는 책이 곧 그 사람이다'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