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스케치 - 당신의 25일을 함께 할 가볍고 즐거운 드로잉 노트
박진우 지음 / 책밥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이 아프니 컴퓨터나 폰 화면을 오래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책을 쳐다보면 눈이 더 쉽게 피로해진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보려고 이것 저것 건드리고 다니다보니,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 박진우가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 따위에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솔깃 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시간이 날때마다 캐리커쳐작가로 대중과 소통하고 지낸다고 하여 집어들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림체가 간결하고 사실적이다.

단정하고 정직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 같다.

책의 처음 '들어가는 말'에서 아버지가 그림을 아주 잘 그리셨는데 아버지의 그림들을 보고 반했던 모양이라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이 '반함'이라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이책에 반하게 된 것은, 그의 그림들이 아니었다.

가벼운 작품들이 몇 개 나오지만 워낙 단정하고 사실적이어서 매력을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그림은 참 좋아했어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저자 박진우는,

그림을 잘 그리려면 꾸준하고도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그림을 보아야하고, 모사해 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데에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색이나 터치의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형태를 바로 그려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스케치의 능력은 사물을 바로 보고 바로 그려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하고 있는데, 그게 좋았다.

'당신의 25일을 함께할 가볍고 즐거운 드로잉 노트'라는 소제목은 주위를 환기시킬 작정으로 뽑았지 싶다.

이 책은 독특한 테크닉이나, 단시간에 빨리 그림 그리는 방법의 목적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알고 가야하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접근성과 기본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썼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책을 볼때 앞부분에 나왔던 것들을 길게 늘려 한권으로 만들어 낸 것 같다.

다른 책에 안 나오는 특별 내용이 있는게 아니라,

스케치하는 법에 관한 어느 책을 펼쳐도 다 나와있는 내용들을 한번 더 꼬집어 설명하는 느낌이다.

 

또 한가지, 저자가 기본기에 충실한 단정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알겠는데,

이 책만을 봐서는 이 책에 나오는 기본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지우개만 하더라도

'보통은 잘못 그려진 부분을 지우는 데 사용하지만 그림처럼 사선으로 잘라 사용하기도 하는데, 뾰족한 부분은 하얗게 묘사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하얀 연필이라고도 합니다.'

라고 하고는 있는데,

그림은 사선으로 잘랐다는 느낌이 좀처럼 들지않는 두개의 정육면체의 나열 같다.

찰필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이다.

 

지우개와 찰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자세한 예를 사진이나 그림으로라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역쉬나~,

기본은 명확히 하려고 좌우대칭을 이용한 형태잡기 따위를 언급하고 있으며,

정확한 형태 잡기를 위해서 먹지나 라이트박스를 이용하는 법을 얘기한다.

하지만 이 방법을 권장하진 않는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눈으로 관찰해서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야 감각이 발전하니까 말이다.

 

실측법 꼭지를 보게 되면, 격자를 이용하는 방법이 그나마 자세히 나오는데,

이걸보고 있자니 그림을 그리는게 아니라, 수학을 하는것 같아서 머리가 갑자기 뽀글거려왔지만, 뭐~(,.)

 

난 글의 문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체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것은, 그림체를 얘기하기 바로 전 단계까지 이고,

난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글도 그렇지만 그림체도 왜곡되더라도 따뜻한게 좋다.

 

여기서 대기원근법과 선 원근법에 대해서도 슬쩍 언급되는데,

저자는 '세계미술용어사전'을 다시 한번 인용한다.

"색체가 흐려지거나 상실되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거리에 비례한다.

 그러나 이는 동일한 고도에서 색채를 보는 경우에 한한다.

 고도가 다를 경우 이러한 규칙은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공기의 밀도가 다르면 공기가 색채를 흡수하는 정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미술용어사전》, 월간미술, 1999

 

열두개의 모서리의 길이가 같은 정육면체를 그릴때, 위에서 아래로 내려긋는 세로선의 경우,

중심쪽으로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건 사람의 착시 때문이기도 하지만,

난 이걸 마음이 느끼는 거리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음에서 느끼는게 눈에 반영되어 손으로 그려낸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선 격자를 사용하는 방법에서 한술 더 떠서, 실측법에 관한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격자나 실측법의 테크닉을 구사하기보다는,

과장이나 변형이 심하더라도-다시말해, 왜곡되더라도 마음의 거리감에 정직한 그림이 좋다.

1일 1닭이나 1인 1피자 따위는 가능한데, 1일1스케치라고 하니 갈길이 요원한 느낌이지만,

심심해서 라는 구실을 대며 짧은 시간에 날림으로 그려보았다.

매일매일 꾸준히 습작을 할 것이고, 매일매일은 아니라도 가끔 한번씩 습작을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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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30 15:59   좋아요 2 | URL
스케치 한 장 그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나무꾼님이 1일 1스케치를 한다면, 저는 1일 1글쓰기를 실천하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11-30 16:06   좋아요 3 | URL
푸하핫~^^
저는 글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쭈욱 연결해서 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한 줄 쓰다가 환자가 오면 환자들이랑 놀고 하는지라~.
글쓰기의 경우 반나절 정도 걸리는 것 같고,
그림의 경우, 2~3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제가 글을 향하여서는 교정이나 수정을 잘 안 하는데,
그림은 계속 손을 덧대더라구요.
나중엔 꼬맹이 환자 색연필까지 빼앗듯 빌리게도 되고...ㅋ~.

암튼, 우리 cheer up하자구요~^^

[그장소] 2016-11-30 16:06   좋아요 1 | URL
좋은데요? 그림~ !! 자연스럽고 왜곡된것 같지않고 , 그림자체가가...(실물은 사진느낌과 다르니 , 주관적 그림으로!)

양철나무꾼 2016-11-30 16:0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제가 원하는게 자연스러운 건데, 저 그림은 왜곡이 심합니다여~ㅠ.ㅠ

언제 [그장소]님 카.톡. 프로필 사진도 함 도전해 보겠습니다~, 불끈~!
(저 님 바람에 웃음이 날리는듯한 카톡 사진 완전 애정합니다여~^^)

[그장소] 2016-11-30 17:49   좋아요 2 | URL
어헉~ 제 프필 사진 ㅡ 저도 기억 못하고 잊고있는데.. 크흐흐~^^;

분위가 잘 묻어나 제겐 좋아보여요!^^
그 , 제 프필 기대할게요! ( 두근두근~!!)

2016-11-30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1-30 16:48   좋아요 2 | URL
자화상이라고는 하지만, 사진 자체가 위에서 내려찍어 완전 왜곡되었습니다, ㅋㅋㅋ.
오히려 프로필 사진이 사진에서 칼라를 뺀 흑백 제 얼굴입니다여.
전 얼굴은 크고 넙데데하고 눈은 작은 그런 상인데,
저 그림은 아무래도 희망사항에 가깝지 싶습니다~^^

yureka01 2016-11-30 16:22   좋아요 2 | URL
역시 그림은 손이라는 의도적 제어력이 필요하더군요..내손이 내마음대로 안움직이느냐..움직이느냐..그차이 아닐까요..

양철나무꾼 2016-11-30 16:45   좋아요 2 | URL
어쩜 같은 사안을 두고도 이리 멋진 댓글을...ㅋ~.

그림은 손의 제어력이 필요하다지만, 건축을 전공하신 님껜 식은죽 먹기일 것 같구요.
사진은 바지런함과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아서...제겐 요원할 것 같습니다~(,.)

책읽는나무 2016-11-30 20:13   좋아요 2 | URL
음~~~~그림감상 잘하고 갑니다^^
손으로 뭔가를 꼼지락 거리는걸 좋아하시는걸 알았지만 그림에까지 손대실줄이야~^^
저도 지금 그림 배우기 시작한지 넉 달째인데요 1일 1스케치는 힘들던데요ㅜㅜ
그냥 전 일주일에 두 번 그리는걸로 만족중이어요
인물은 너무 어려워보여 손도 못대고 있는데 나무꾼님은 쓱쓱 잘 그리십니다
1일 1스케치 하신다면 아주 그냥 실력이 금방 늘겠어요

그리고 글 내용중에 꾸준하고 많은 연습 그리고 형태를 바로 그려내는 것이 먼저라는 기초 지식이란말에 저도 잘 배우고 갑니다
맞는 말 같아요^^
그리고 지우개의 사용 용도가 지우는 것 보다도 보이지 않는 선을 지우개로 지워서 선을 만드는 것을 눈으로 지켜 보면서 감탄했었던적이 있었어요
지우개가 참 신기하더라구요
근데 저도 찰필이 뭔지는 잘 모르겠군요?

양철나무꾼 2016-11-30 20:25   좋아요 4 | URL
전에 y님 서재에 오른 그림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었어요.
전 사실 님처럼 집중하여 그림을 배워본적은 없구요, 그냥 잼나보여 책보고 그린 독학에 가깝습니다.
찰필이 뭐냐하면 종이를 뭉쳐서 연필처럼 만든건데 선을 둥글리거나 부드럽게 유용하답니다.
지우개로 지우는것도 그렇지만 화이트로 하이라이트 만드는 것도 전 재밌었어요~^^

AgalmA 2016-12-02 00:27   좋아요 1 | URL
미술학원에서 석고 데생 연습할 때 지우개로 하이라이트 만드는 걸 자주 하죠^^ 콧등, 광대, 머리 반사빛 같은 거~

양철나무꾼 2016-12-02 11:38   좋아요 1 | URL
전 agalma님 그림 몇번 봐서 미술학원을 다니셨겠구나 했지만,
심증은 심증이고 말이죠~.
그림에, 사진에, 글에, 음악에...방대할뿐만 아니라 깊이도 갖고 계시니,
도대체 못 하시는게 뭐랍니까?
ㅋㅋㅋ,
잔뜩 주눅들어 그만할까 싶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것이니 꾸준히 쭈욱 해볼랍니다~ㅅ!

AgalmA 2016-12-02 00:25   좋아요 3 | URL
하루에 한 그림 프로젝트는 에드워드 B. 고든도 유명하죠. 베를린 풍경을 그린 <베를린을 그리다> 책도 냈고^^ 작품 퀄리티가 ㅎㄷㄷ합니다. 겨울 풍경이 저는 특히 인상적이더라는~ 안 보셨음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보세요^^

양철나무꾼 2016-12-02 11:44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구입했었는데...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다보니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책 정보란에 들어가서 보니,
그림이 제 취향은 아니지만, 채색까지 해서 너무 잘 그렸지 뭡니까.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은게 아니라,
제 앞에 던져진 책들이 너무 많은데 눈이 협조를 안 할 따름입니다~ㅠ.ㅠ

암튼 님이 말씀하신 겨울 풍경은 기억하고 있다가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