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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수다 바느질 교실 - 시크한 보라고양이의 핸드메이드
조애희 지음 / 리얼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난 이런 책을 만나면 무조건 들이고 본다.
언젠가는 나의 3씨(솜씨, 맵씨, 마음씨)가 빚어낸 공방을 차릴 수 있으리라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그때까지 하나씩 둘씩 나의 영역을 넓혀가기 위한 밑거름이라고 자위하고 있지만,
실은 책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를 누리고 마냥 행복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
공방을 차리는게 거창하고 허황된 꿈이라면,
축소시켜 자급자족을 꿈꾸고, 자원을 재활용하고 싶어서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 책을 쓴 조애희 님은 넷 상에서 '시크한 보라고양이'라는 닉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인가 만발한 파워 블로거이다.
프롤로그에서 그녀는,
워낙에 시크한 성격이던 저는 남들과 잘 소통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지인들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도 댓글 한 번 제대로 남긴 적 없는 그런 무심한 성격이었으니까요. 그런 제가 블로그를 통해 이웃이란 인연을 맺게 된 분들과 편안하고 자연스럽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들의 글에 답글을 달고 또 그 답글에 또 답글을 달며, 어느새 저는 이웃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는 조금씩 조금씩 배웠습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방법을요. 저란 사람 지금은 아주 많이 달라졌어요. 우리 이웃님들에게 배우고 또 이웃님들에게 저만이 알고 있는 것들을 나누며, 그렇게 정말로 보라가 되어가고 있더라고요. 여러분 감사하고 정말 고맙습니다.(4~5쪽)
라고 하고 있는데,
나랑 닮았다.
나는 시크한 성격도 아닐 뿐더러, 보라색과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 닮았다.
나를 대충 아는 사람들은 내가 되게 붙임성 좋은 성격인줄 알지만, 그건 내 기본 성격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으로 인한 위장이고 변장이었다.
이런 나를 바꿔 놓은게 알라딘 서재이고, 알라디너들이다.
과거의 나는 부단히 노력'만' 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그런 과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성실함이란 이름으로 옭아매고,
항상 열심히 했고,
성실하게 열심히 했는데, 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안으로 좌절했지만,
누구에게도 겉으로 드러내 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엉뚱한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부류였다.
하지만,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나를 풀어놓아주게 되니까,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성실하게 노력을 했는데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내가 성실하게 노력을 했다고 생각을 할 뿐이었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 다른 방법으로 성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다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그게 기본이고,
성실하지도 않고 노력도 안하는 사람들은 논외로 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것을 능가하는 나만의 비법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 일을 내가 즐겁고 신나서 기꺼이 하게 된다면,
그것을 이길 것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즐겁고 신나서 기꺼이 하는 일에 복이 따라 붙는 것은 물론이고,
설혹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내가 즐겁고 신나서 기꺼이 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말이다.
시크 보라고양이 님과 나의 공통점을 찾자면,
나도 이렇게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것들을 따로 시간을 내어 어디서 배운 것이 아니라,
혼자 궁리하여 이렇게 저렇게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했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나 달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고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만의 성취감은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료들을 '유쾌한 수다'를 떨면서 이웃들과 공유하는게 즐거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크보라고양이님은 사진찍기를 그냥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좋아하셨다는 걸로 미루어,
나처럼 '방.콕.'족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매어 있는 직장에서 나름 재밌거리를 찾으신 거라면,
나는 한번 자리 잡고 앉으면 움직이는 것을 부단히 싫어하는 엉뚱녀라는 것이다, ㅋ~.
또 한가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원단을 통째로 재단하는 걸 좋아하시는 시크보라고양이님과는 달리,
나는 같은 원단이라도 이렇게 저렇게 이어 붙이기를 좋아한다는 것.
때문에 내 것들은 어찌보면 흥부네 물건 같이 보일 수 있다는 것, ㅋ~.
또 한가지는, 님은 3미터가 넘는 테이블에 늘어놓고 미싱을 사용해 드르륵 박았겠지만,
난 여러가지 것들에 싸이고 쌓인 책상 한 귀퉁이에서 손바느질로 해결하려 들었다는 것, ㅋ~.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30/pimg_7451441771317831.png)
(▶귀요미 조카에게 만들어준 배낭)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30/pimg_7451441771317832.png)
(▶초록 고깔 핀과 호주머니 인형 사순이)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30/pimg_7451441771317834.png)
(▶핑크 고양이)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30/pimg_7451441771317836.png)
(▶에머랄드 토끼)
암튼 책 속의 작품들은 하나 하나 너무 이쁘고,
옷과 조화를 이루었을 뿐더러,
TPO에도 맞는 적절한 가방들 뿐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도안에는 수치가 적혀 있고, 어떤 것에는 수치가 생략되었다.
뭐, 200% 확대라든지, 책 뒷편에 나와있는 실물 도안이 있는 경우라면 괜찮겠지만,
원단이 대략 어느 정도 필요한지만 나오고 수치가 적혀 있지 않게 되면,
나같은 초보자들은 아무래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다.
원단의 어느 부분이 어느 부분과 일치해야 되는지,
어느 부분이 어느 부분과 맞닿게 꿰매야 하는지, 라도 알게 되면 덜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이쁜 원단과 재료, 부자재 등을 맘껏, 아낌없이 사용한 것이 가장 부럽다면 부러웠지만,
책을 만드느라 그랬을테고,
그런 것 말고 아낄 수 있는 건 아끼고 재활용 할 수 있는 건 재활용하면서,
그러면서 하는 작업들이 내 취지랑 더 가까울 것 같다.
암튼, 책을 보는 내내,
눈이 호사를 누렸고,
대리 만족으로 뿌듯했다.
책이, 그리고 이런 책을 만들어 주신 시크보라 님의 감각이 고맙다, 땡큐를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