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내 주변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 명의 직장 동료를 떠나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들을 맞아들였다.

변화를 잘 받아들이질 못하고 길들여짐에 익숙한 성격인지라,
낯선 곳 길을 잘 찾지 못하여 길치라고 놀림을 받고,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여 감정을 수습하지 못하고 흘리고 다니는 찌질이 취급을 받곤 한다.

요번에도...주변은 정리가 되어 자리를 잡아가는데, 내 마음은 감정정리가 아직이다.
떠나보내는 사람들을 향하여는 이미 준 정이 정리가 안돼 그들이 떠나면서 거둬가버린 마음에 대해 섭섭해 하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에게 주어야 할 마음에는 빗장을 채운다.

사람들은 '회자정리,거자필반'을 들먹여가며,
직장생활에서사람을 떠나보내고 새로 맞이하는 것은 다반사라며...
직장에서의 이별이 인간관계의 끝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동안 짧지않은 내 직장생활을 돌이켜보자면,
여자들끼리의 인간관계라는 것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하면서...
사회적 관계보다는 혈연적 관계에 치중하게 되어...시간이 흘러가며 마음은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소원해졌었다.

다음 사람에게는 절대 마음을 주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지만,
마음에 온도감지센서라도 달렸음 좋겠다,
그래서 어느정도 이상 과열되면 경보를 울려준다면...이렇게 맘주고 맘아파 하고 살지 않아도 될텐데 하지만,
내 IQ가 어류나 조류쯤 되는지 다짐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래도,
그간 내가 만나게 되는 동성의 직장동료들은...
먼저 다가와 편한 호칭으로 인사해 주고,
말보다는 행동을 앞에 두고,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나의 긍정적인 면까지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어느새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내가 다가가 손 내밀어 맞잡아주고,
말이나 행동보다는 마음을 앞에 두고,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나의 마음을 일관되게 전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요번의 새로운 사람들은 인사를 나눌 때조차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해 불안하고,
마음이나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고,
직장 내에서의 나의 위치만으로 나를 평가하고 대접해 버리는 통에,
나도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들을 판단하고 마음에 빗장을 걸어버리고는...
마음 둘 곳 없어 한다,정 붙일 곳 없어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미 마음의 빗장을 닫아 걸 수도,
손을 등뒤로 거줘들여 숨길 수도,
첫인상 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도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진...
벌써 온도감지센서나 경보장치가 작동하고 있어구나 싶어 내 스스로에게 놀란다.

내 마음은 표류한다.
길치인 나에게...누군가 해준말이 떠오른다.
길은 눈이 어두워서 잃는 것이 아니라,마음이 어두우면 잃는 것이니...
마음을 닦아 반짝반짝 밝혀두라는 말. 

마음을 채 닦지 못했어도 함께 걷는 것만으로 everything will be fine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학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정조의 문체반정의 희생양이 된 인물 이옥, 이옥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역시 조선 후기 문학을 대표하는 문사 김려. 글에 살고 글에 죽던 조선의 두 글쟁이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란다.(알라딘 책소개 인용)  

내가 참 좋아하는 이옥을 김려와 더불어 소설로 그려냈다. 
내게 이옥을 선물해 준 이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고 싶은 얘기가  When I walk with you, everything will be fine인지, Can I walk with you?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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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4-25 15:12   좋아요 0 | URL
세상이 저도 좀 따라가게 조금만 느리게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sslmo 2011-04-26 00:24   좋아요 0 | URL
저는 각자 다른 톱니바퀴를 가지고 굴러가는 인생이라면, 좀 삐그덕거려도 맞물려 돌아갈 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주기를 갖고 그렇게...


글샘 2011-04-25 15:12   좋아요 0 | URL
Shall we walk? kk

sslmo 2011-04-26 00:25   좋아요 0 | URL
Yes, please~
When I walk with you,
When I kalk with you, everything will be fine~^^

마노아 2011-04-25 15:53   좋아요 0 | URL
길눈이 심각하게 어두운 제 마음에 암흑 오로라가 있나봐요.
마음의 온도감지센서라니, 필요하지만 눈앞에 있으면 또 아플 것 같아요.
우리 같이 좋은 노래 들어요.

sslmo 2011-04-26 00:34   좋아요 0 | URL
이 노래도 참 좋은데, 붙여넣기가 잘 안되네요~ㅠ.ㅠ

햇빛눈물 2011-04-25 22:15   좋아요 0 | URL
저도 직장생활한지 7년째입니다. 직장 특성상 직급이 한정되어 있고 평등한 관계다 보니 처음에는 신경쓸 일 없고 편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 보니 오히려 신경 쓸일 없다는 건 나에게 신경 써주는 사람(일)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 일은 별것 아닌듯 한데, 옆 동료들간의 관계설정이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분명 양철댁님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양철댁님은 '귀인'이실 듯 합니다. 좋은 밤되시길...혹은 되셨기를!!

sslmo 2011-04-26 00:41   좋아요 0 | URL
아~또 그렇게 되는군요.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나에게 신경 써주는 사람도 없는게...세상의 이치군요.
그러니까요~
아무것도 아니다...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러면 또 관계가 무미건조해 지잖아요~^^

님도 좋은 밤 되시길~!!!

마녀고양이 2011-04-25 23:54   좋아요 0 | URL
음... ^^
좋은 밤 되세요.

sslmo 2011-04-26 00:44   좋아요 0 | URL
뭐예요?
그래서 같이 걷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난 그만두지도 못하고, 밑에 싹 물갈이 하고...나 쫌 우울해.
내 그대에게 부러운 것 중 하나가 결단성~!

2011-04-26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8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4-26 00:34   좋아요 0 | URL
사람의 마음에 빗장을 걸지 않고 열 수 있는 인간!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궁극의 인간이죠. ^^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 일면식 없는 찌질한 저에게도 무한한 사랑의 태양 광선을 쏘시는 양철댁님인데. 전 다시 새로운 직장의 동료들을 양철댁님의 강한 사랑의 태양 광선으로 불 태워 버릴거라 확신해요. ㅋㅋ


게는 구멍을 팔 때 모래 속에 자신의 게딱지만큼만 판다고 해요. 자신의 보는 눈이 좁으면 그렇게 밖에 볼 수가 없는거죠. 우매한 자들에게 속상해 하지 마시고 그들이 게딱지 만큼 자신의 눈에 맞추어 본다고 한다면 내버려 두세요. 사실 직장 생활 하시며 신경 안 쓰실 수야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그런 우매한 자들의 눈에 맞추어 내가 스트레스 받는다면 열 받는 일! 전 그런 점에서는 좀 독특한 시야를 가지고 있는 듯, 한 마디로 남 신경 안쓰고 저 사람이 날 무시하면 전 더 무시하는 스타일이에요. 음...좀 독한 놈이죠.

sslmo 2011-04-26 00:47   좋아요 0 | URL
'독한 놈'소리가 이렇게 경쾌하게도 들릴 수가 있는 것이군요~^^

빗장 걸어봐야 저만 손해예요.
제가 일을 시켜야 하는데...이도 저도 싫으면 제가 해야 하거든요.
근데 요즘 젊은 친구들, 세대 차이인지 뭔지...도대체가 극복 불가예요~ㅠ.ㅠ

루쉰P 2011-04-29 03:36   좋아요 0 | URL
세대차이가 아니라 싸가지가 없어지는거죠. ^^ 전 양철댁님이 제 직장 상사시면 진짜 말 잘 들을텐데..말 안 듣는 놈들에 대한 방법은 광인 버전으로 가야해요. 미친듯이 일 시키고 대화보다는 지시를 해야죠. 그래도 말 안 들으면 저 부르삼. 이래뵈도 얼굴이 흉기라 도움이 될꺼에요.

sslmo 2011-04-30 01:05   좋아요 0 | URL
ㅎ,ㅎ,ㅎ...완전 멋져요~
저도 님이 제 직장 상사면 말 잘 들을 자신 있어요~^^

순오기 2011-04-26 01:29   좋아요 0 | URL
싹 물갈이하고 혼자 남으셨군요~~~ 떠나고 싶다고 떠나지는 게 아닌 직장생활!
무엇으로 위로할 수 없으니 따뜻한 댓글이라도 남겨야 하려만... 36.5도를 보태드리는 것밖에.^^

sslmo 2011-04-28 11:59   좋아요 0 | URL
아, 제겐 언제나 위안이 되곤 했었지만,
님의 온기가 오늘 유독 따뜻하게 느껴져요.
감사합니다~^^

첫눈 2011-04-26 12:56   좋아요 0 | URL
글이 너무 슬픕니다.
여자들이 많은 직장내생활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하지만 한번 정주면 그 의리는 바다처럼 넓기도 해요.
헤어져야할때의 그 슬픔..너무 공감갑니다.
보내줘야할때 웃으며 보내주고, 받아들일때 웃으며 환영해주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힘내세요.양철댁님.
^^


sslmo 2011-04-28 12:03   좋아요 0 | URL
전 일을 할때는 아마추어처럼 말고 프로처럼 했으면 좋겠어요.
일을 할때, 여자라서...또는 엄마라서, 주부라서 따위의 수식어가 걸리는 거...
저도 여자이고 엄망고 주부라서 이해는 하지만...좀 싫거든요.
근데, 요즘 젊은 친구들 보면 그 경계가 모호하고 의심스러워요~ㅠ.ㅠ

공감과 위로해주신 님, 감사드려요~


穀雨(곡우) 2011-04-26 15:13   좋아요 0 | URL
요즘 큰녀석 영어공부를 봐 주고 있는데, 딱 저 문장이 있더군요.
걸으면 몸도 마음도 좋아요. 걷기에 너무 좋은 날, 전 눈꺼풀이 무거워요...헤헤^^

sslmo 2011-04-28 12:07   좋아요 0 | URL
Can I walk with you?요, 아님
When I walk with you, When I talk with you...everything will be fine.이요?

저도 아침부터 눈꺼풀이 무거워요~^^

2011-04-26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8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1-04-27 10:14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의 톱니바퀴가 분명 너무 커서 그런걸거에요.
본디 천천히 돌아가야 할 것을 너무 빨리 돌리면, 좀 그렇잖아요. 안그래도 큰데 가오만 빠지고.. ㅋ
이렇게 따듯할듯 추워하던 4월도 이젠 조금 더 따듯해지려고 애쓰는 듯한 오늘이에요.

좀 이르지만, 맛있는 점심 드시고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


sslmo 2011-04-28 12:14   좋아요 0 | URL
톱니바퀴는 천천히여도 어울려야 돌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
ㅎ,ㅎ...위로를 이렇게 멋진 말로 하실 수 있는 것도 달란트입니다~^^

님도 맛난 점심 드세요, 만 하루가 지난 댓글이지만~^^

감은빛 2011-04-28 11:07   좋아요 0 | URL
변화는 특히 인간관계의 변화는 늘 두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왠지 양철님은 당차게 잘 풀어가실 거 같은 이미지였는데,
이런 글을 읽게 되는 건 조금 의외네요.
하지만 좀 더 인간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그리고 저 걷는 거 좋아해요! ^^

sslmo 2011-04-28 12:19   좋아요 0 | URL
Shall we walk?
I have white fea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