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든것,길들인 것을 잘 못버리는 단점이 있는데,
그건 추억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물건들이나 기억들을 자주 들춰내서,'옛스럽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헬멧,방독면,사다리.
난 서울 변두리 주택가에서 자랐다.
대학을 들어가 제일 당혹스러웠던 게 최루탄의 매캐한 냄새였다.
항상 재채기가 날듯 말듯한 그 냄새는,코만 자극하는 게 아니고 눈에 핏줄도 세우고 피부도 아렸다.
그런 내게 대학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했던 물건을 대라면,
모자,손수건,운동화를 꼽겠다.
아마 나를 경계로,최루탄과 화염병이 없어진 걸로 안다.
1999년 AP통신 '금세기 100대 사진'으로 선정된 이 사진을 찍은'고명진'의 경우,그 당시 사진 기자에게 꼭 필요했던 세가지를 이렇게 꼽았다.
이건 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물건 들이지만,
8,90년대를 거쳐온 우리라면 잊고 넘어갈 수는 있어도,잊어버려서는 안되는 물건이다.
어제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으면서 '고명진'이 분이 참 부러웠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던 일을 나이 60을 바라보는 바라보는 지금까지 하고 있다는 거고,
아직 까지 현장에 있는게 행복하다고 얘기하기 때문이었다.
'저는 그래서 늘 얘기하는 게 저는 1%의축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고등학교 때 하고 싶었던 일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분이 얘기하는 인물 사진의 사진발 잘 받는 분으로는,문인환 목사와 김수환 추기경을 꼽는데,
그 분들은 '마음이 편안하니까 긴장을 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찍는사람과 찍히는 사람 모두 마음이 편안할 때 가장 사진이 좋게 나온단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이분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좋은 사진이란,사진을 통해서 느껴지게 하는 것,
느껴지게 하는 것 다음 단계가 바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것들이란다.
느껴야 사고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그에 따라서 행동을 또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건 행동이란다.
이런 사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시 쓰는 그날 그거리>
고명진 지음, 조천우.최진 글.정리 / 한국방송출판 / 2010년 5월
그래서 나도 행동으로 옮겼는데,
'고명진'이분의 <다시 쓰는 그날 그 거리>라는 책을 직접 오프라인으로 구매했다는 거다.
알라딘에 좀 미안한 말을 해야겠다.
사실 난 동네 서점을 주로 이용한다.
그때 그때 feel 꽂힐 때,내키는 대로 내키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책들을 보면서,책들의 기를 흡수하고,서점의 책들이 내것인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는 그저 내 입맛에 맞게 골라 읽으면 된다.
하지만,이 책은 동네서점에는 없었고,
알라딘은 8월19일에나 배송이 된다는데 그때까지 넋놓고 있고 싶지 않았다.
feel충만할 때 보고 싶어서 대형서점으로 내달렸다.
I'm sorry,알라딘.so sorry~
이 책을 읽으며(솔직히 읽을 건 별로 없다,보며) 생각난 책 들,
<윤미네 집>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