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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평점 :
삶은[ ]이다.
정답은 '달걀'이란다.
그럼 달걀은[ ]을 치면서 먹어야 할까?
"소금?"
'땡~' 되시겠다.
정답은 '가슴을 치면서 먹어야 한다' 이다.
이런 논리로 최규석은 내게 '삶은 달걀' 되시겠다.
가슴을 치면서 읽어야 하니까~
그런 의미로 볼때,요번 <울기엔 좀 애매한>은 좀 평이하다.
잔잔하다고 해야 할까?
그의 전작들에 비해,충격이 쓰나미로 몰려오지 않는다.
내가 최규석을 처음 만난 건 <고래가 그랬어>를 통해서다.
거기에 <코딱지 만한 이야기>에 천사가 나오는 데,
여기 나오는 천사는 천사가 아니라,실은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였었다.
그리고 천사의 탈을 쓴 악마는 칼에 찔려 죽는다.
그의 입장은 '아이들에게 예쁘고 좋은 것만이 아닌,진실을 알려주어야 한다'였는데,
난 그때 칼자루를 아이들에게 쥐어주면 안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근데,요번에 이 작품을 읽으면선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무리 비루한 현실이라도 현실을 똑바로 직시할 필요가 있고,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데서,꿈이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만화책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어록이 등장하는데,
착한 사람 위해서
고생하는 건
안 힘들어
라고 아즘이 말했어.
그러니까 내가 힘들게
느껴지면 넌 나쁜 사람
이라는 거지. (20쪽)
후훗.고기가 땡기면 고기를 먹는 것.
어른의씀씀이란 것이지.(24쪽)
그렇게 되면 옆에도 싸이코,뒤에도 싸이코,각자의싸이코 파워가 서로 씨너지를 일으켜서 '굽신굽신'이니 '털썩'이니 하는,표기는 하되 입으로 말해서는 안 되는 의성어,의태어 들을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일상적으로 구사하는 싸이코 오브 싸이코로 거듭나는 것이지.(26쪽)
너희들 눈 앞에 있는 건 은지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
아는 걸 그리지 말고 보이는 걸 그려라. (38쪽)
라고 얘기하는 걸,
"캐리커처 하랬지 누가 뽀샵질 하랬냐?"
"전 보이는 대로 그립니다." (61쪽)
에서 맞받아 치는데,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옛날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영화를 봤을 때,견주의 걸음걸이를 가지고 엄청 욕을 했었던 것과 비교,
최규석의 그림은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이고 진실되다.
태섭 샘의 독설은 전편에 걸쳐 계속 되는데,그의 독설이 좋다.
그의 독설 속에는 찢어진 상처를 꿰매고 다독이는 힘이 들어있다.
최규석 형아에게 할 말이 있다.
작업노트 중 140쪽을 보면,원빈,은수,태섭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확실하다.
'사람들이 많을때는 말을 살짝 더듬으면서 목소리가 떨립니다.그래서 원빈의 말칸은 테두리가 오글오글한 게 많죠.'
라던가,
'사실 은수가 처한 상황을 이겨내는 데는 스스로를 땅바닥에 굴리는 성격이 도움이 되지요.이런 식으로 올지않고 잘 견뎌왔겟지만 그게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공이 이 정돈데...
힘들게 만화를 그리지 말고 어디 목 좋은 것에 자리 잡고 점집을 차리자고...
내가 그럼 한 백명 정도 고객은 확보할 수 있을텐데,ㅋ~.
난 원빈도 너무 좋다.
너무 멋지다.
그는 지금 세상의 처절한 파도에 휩쓸려 망망대해를 항해중일 게다.
그는 자신의 달걀 같은 삶과 꿋꿋히 마주하고 있을 게다.
마주하여 여러가지를 배우고 발견하고 성장하고
또 접어야 할 꿈의 한 자락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접어야 할 꿈 또한,
또 다른 삶은 달걀처럼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은 그래도 좋을 나이이다.
하지만,방심은 절대 금물~!
적절한 곳에서 가슴도 한번 씩 쳐 주어야 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게 베어 꼭꼭 잘 씹어 삼켜 주어야 한다.
야참으로 먹으려고 달걀을 몇 개 삶았다.
옆에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남편이 한마디 한다.
"달걀 하나 먹기를 생쇼를 한다.
가슴을 팍팍 두들겨 대질 않나,눈물을 흘려대질 않나?
뜨거우면 좀 식혀 먹으면 되잖아~"
"어?...어~,
그게 아니고 책이...책이 좀 그렇다아~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