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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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문예출판사


‘점(占)’은 더 이상 은밀한 곳에서 보는 은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과거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미래에 내게 닥칠 일이 궁금해서

‘점(占)’을 보러 다닌다.

내가 지금 현실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얼마나 더 견뎌야

내게 새로운, 흥미진진한, 혹은 행복한 시절이 올 것인지가 궁금하다.

예컨대, “당신은 삼십 이후로는 불행한 시기가 끝나면서 가정이 화목하게 되며

본래 갖고 있던 순수한 열정을 살려 사회적으로도 성공을 하며..어쩌구저쩌구..”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안도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 <멋진 신세계>는 그런 면에서는 안 좋은 점괘이다.

1932년에 내놓은 미래에 관한 점괘.


헉슬리가 만들어 놓은 이 <멋진 신세계>는 포드가 신이다.

미국의 자동차 왕이던 헨리 포드를 기원으로 쓰고 있다. 포드 기원 632년이 무대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미리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으로 나뉜다.

아니지, 태어날 때가 아니라 수정된 직후부터이다.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요즘 한참 시끄러운 복제 시스템인 것이다.

각 계급은 수요에 의해 충당되는데 계급에 맞게 적응할 수 있도록

수면학습이 행해지고, 때로는 산소 공급을 제한하여 두뇌 활동을 억제시키기도 한다.

모든 인간들은 자신의 계급으로 태어난 걸 다행스럽게 여기며

아무런 불안감도 없이 그저 주어진 일을 하면서 평온하게 살아간다.

늙지도 않고 격정을 맛보지도 않으며, 연인이라는 것도 없다.

모두 함께 공유할 뿐이다. 죽을 때조차 매끄러운 피부에 젊은 모습인 채.

그러다가 약간의 불안이라도 느낄라치면 ‘소마’ 한 알을 삼키면 된다.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주는 신비의 알약.


이러한 곳에도 부적응자는 생기기 마련이다.

비슷한 체격 조건을 갖춘 알파 계급에서 유독 작고 마른 몸을 가진 버나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생활에 빠져들고 있던 무렵

‘야만인보호구역’에서 ‘존’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인디언구역에서도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철저히 고립되어있던 존.

그는 실제로 완벽한 멋진 신세계의 <런던 중앙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의 소장이

젊은 날 그의 애인과 함께 갔다가 폭풍우가 치던 날 애인을 잃어버렸는데

그 애인인 린다가 인디언 구역에서 낳은 아이인 것이다.

존은 버나드와 함께 신세계로 돌아오게 되고 모든 문명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 문명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괴로워한다.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바보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총통의 권유대로 행복한 대신 불행할 권리를 주장한다.


예전에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이 책은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과학적 상상력이 세련되어 있지만, 그래도 뭔가 미진한 구석이 남아 있다.

마치, 오래된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새로 만들기 전의 킹콩이나 혹성탈출 같은 느낌.

어색한 움직임이나 배경의 눈속임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하면 실례일까?

반면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현란한 요즘 영화에 없는

인간미가 물씬 묻어나는 것도 빼먹으면 안 된다.


어느 세상이나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완벽한 듯 보이는 이 멋진 신세계도 깨어있는 자는 생긴다.

매트릭스를 구원하려던 그 사람들처럼.

완벽한 세상을 꿈꾸진 않는다.

다만,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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