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 개정증보판 정재승의 시네마 사이언스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편식하는 습관을 많이 고쳤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문학쪽으로 기우는 저울을 바로 잡을 추들이 필요하다.

그런 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여러 명이지만 이번에 새롭게 참여한 이는 초등학교 6학년짜리 제자 Y다.

과학을 그 자체로 좋아하는 그 아이는 꿈이 정재승처럼 되는 거라고 했다.

과학을 연구하면서 글도 이렇게 멋지게 쓰는 사람이 되는 것.

일찌감치 자기 길을 발견한 그 애가 분명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긴 하지만

벌써부터 과학고를 가기 위해 여기저기 학원을 가느라 보고 싶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그 녀석 얼굴을 보면 같은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꼭 과학고등학교를 가야만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애 부모님이 결정한 일이고

그 아이 역시 그 결정을 믿고 따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므로 나는 격려만 해 줄 뿐이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하고 싶은 일을 꼭 하길 바란다. Y!

 

Y 덕분에 요새 내가 읽은 책은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1>,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2>, 그리고 이 책이다.

하리하라 시리즈를 쓰고 있는 이은희 씨도 물론 과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재주가 뛰어나지만

정재승은 한 가지 매력이 더 있는 듯하다. 웃음코드를 살릴 줄 아는 능력이 그것인데 두껍고 무거운 이 책을

전철에서 읽는 동안 몇 번이고 웃음을 터뜨렸을 정도라서 옆에서 힐끗 나를 본 사람들은

표지를 보고 대충 짐작해서 만화책을 보고 있다고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과학적 오류를 짚어나가고 있는데 딱딱한 공식이나 이론들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과학을 모르는 사람들 눈높이에서 원리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으니 읽고나서 모든 걸 다 기억할 순 없어도

이해할 수는 있으니 즐거울 수밖에 없다.

뭐, 물론 이런 것들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굳이 볼 필요는 없다.

간이 덜 된 음식을 먹는 것처럼 심심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니까.

이건 순전히 입문서 수준으로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할 달콤한 당근 조림인 것이다.

 

어떤 것이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과학적인 오류라도 영화가 재미있게 만들어졌으면 그만이지만

만약 내가 과학적인 오류를 짚어낼 수가 있다면 훨씬 더 깊이 있는 영화보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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