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음 / 이레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

 

이 시가 책의 머리를 장식하는 이유를 다 읽고 난 후에야 알았다.
그리움과 우울, 가난과 쓸쓸함, 다정함이 온통 짓누르고 있는 시인이 바로 함민복이라는 사실을....... 
온전한 집 한 칸 없이 가난한 어머니와 살아가는 시인이지만 그의 언어는 누구보다도 빛난다.

가난하지만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시인 때문에 읽는 동안 내가 더 불편했지만

그로 인해서 그를 더 사랑하게 됐다. 

요즘 들어 부쩍 엄마가 나이 드심을 깨닫게 된다. 매사에 짜증이 늘어 자식들에게 화를 그대로 내어 보이시는 엄마가 미워 한동안 뵙기도 꺼려했다가 나는 이글을 보고 울고 말았다.

집 떠나는 날 어머니는 염색을 하고 계셨다. 나는 어머니께 염색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야 자식들이 더 자주 찾아뵙지 않겠냐고 했다. 어머니는 묵묵부답 염색만 하시다가 선문답 같은 말 한마디를 던지셨다.
“눈이 점점 침침해져서 염색을 한다.” 
 나는 단단히 맘먹었다. 이번 기회에 위장병도 고치고 심기일전하여 좋은 글도 많이 쓰리라. 굳은 결심을 하고 이곳 암자로 오기 위해 집을 떠나오던 날, 나는 밥 속에서 어머니가 빠뜨린 머리카락 한 올을 골라냈다. 그때 나는 어머니가 차마 말씀하시지 않은 마음 한 자락을 읽었다.
“네 밥그릇에서 내 흰 머리카락 나오면 네 목이 멜까봐......”

그들이 어렸을 때 한없이 베풀었던 부모님의 마음을 자식들은 곧잘 잊어버린다. 그래놓고는 작은 일 하나에도 뾰로통하여 도무지 풀릴 줄 모르는 좁디좁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내가 그랬고 다른 이들도 별 다르지 않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던 내게 일침을 가한 이 사람.

이 책은 산문집이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시집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산문이 시처럼 읽히기는 또 처음이다. 아주 오랜만에 시집을 읽듯 한 편 한 편을 정성들여 읽었다.

공들인 것보다 더 크게 내게 다가온 ‘살아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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