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텀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석기용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 책제목 : 팩토텀

◎ 지은이 : 찰스 부코우스키

◎ 옮긴이 : 석기용

◎ 펴낸곳 : 문학동네

◎ 1판 6쇄 2020년 5월 11일

◎ 내 마음대로 별점 : ★★☆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 후배 작가들이 가장 많이 모방한 작가로 언급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열혈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책날개, 작가 소개 중에서)

게다가 일명 '부코우스키 삼부작' 중에 이 작품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니 엄청 기대가 됐다. 이 작가와는 첫 만남인데 가장 좋다는 작품과 조우하는 기회를 얻었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나는 고독 속에서 자란 인간이다. 내게 고독이 없다면, 그건 다른 사람에게 음식이나 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고독이 없는 하루하루는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나는 나의 고독을 전혀 떠벌리지 않았다. 다만 그것에 의존할 뿐이다. 방 안의 어둠은 내게는 햇살과도 같았다.' (55쪽)

여기까지 본 다음에 이 사람은 어쩌면 이 끔찍한 현실에서 어떻게든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애쓰는 불행한 사람이겠구나. 그를 응원하는 마음을 갖고 읽어내려갔다.

술, 여자, 그리고 잡일.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를 묘사하는 데 필요한 세 단어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315쪽

조금 심하게 말하면 이게 전부다. 일을 대충 하고 술을 왕창 마시고 여자와 뒹굴고 그곳이 지겨워지면 다른 곳으로 떠나서 또 똑같은 일의 반복. 어떤 이야기라는 게 없다. 반복되는 날들을 기록해놓은 일기와 같다. 글을 쓰기 원하지만 그걸 열심히 하는 법도 없고, 하루종일 술에 취해 어렵게 구한 일조차 제대로 안 하고 농땡이치기 일쑤라, 며칠 못 가 잘리는 건 당연한 일이 되고, 입게 담기 민망한 섹스 이야기도 거침없다.

누군가의 추천(그의 전작이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하다고) 으로 읽게 되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몰려오는 생각은 '당황스러움' '어이 없음' '이게 뭐지?' '이걸 문학작품으로 인정해줘야 해?' 등등. 결코 좋은 반응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만 잔뜩 떠올랐다.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게 전부다. 희망. 사람을 낙담시키는 것은 바로 희망의 결핍이다. 나는 뉴올리언스 시절을 기억했다. 그 무렵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를 얻기 위해 일주일 내내 하루에 오 센트짜리 막대사탕 두 개만 빨며 지낸 적이 있엇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굶주림은 예술을 돕지 않았다. 그저 방해할 뿐이었다. 인간의 영혼은 위장(胃腸)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찌 됐든 인간은 동전 한 푼짜리 막대사탕보다는 고급 비프스테이크를 먹고 0.5리터들이 위스키를 마신 다음에야 훨씬 더 글을 잘 쓸 수 있다.' (91쪽)

이런 이야기조차 그 남자의 허세로밖에 안 보인다. 이 남자가 라디오를 켜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마저도 허세도 보인다. 물론 취향이지만 이 남자의 삶과 정말 안 어울리는 일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편견이라는 쓴소리를 듣겠지만 어쩔 수 없다.

팩토텀 Factotum 잡역부, 막일꾼을 이르는 말이란다. 헨리의 상태를 나타낸 말이다. 잡역부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일을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주인공 헨리에게는 하루종일 술을 마시고 몸을 누일 곳이 있고, 마음에 드는 여자와 섹스를 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게 문제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투영된 작품이라고 하니 작가도 영 마땅치않아 보인다. '아니,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살아야 해?'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런 삶도 인정해주자니 속이 쓰리다.

그의 묘비에 'Don't Try'라고 적혀있다는데 그 말을 작가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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