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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신학 지형도 - 조직신학 각 주제에 대한 현대적 개관
켈리 M. 케이픽.브루스 L. 맥코맥 엮음, 박찬호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8월
평점 :
신학을 접하고 공부할수록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른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현대 신학 흐름은 어떠한가?'이다. 전통적인 교의를 배우고, 현대신학자들의 사상을 접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 자리에서 우리는 어떠한 질문을 던져야하고, 어떤 답을 찾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내리기 힘들다.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은 흥분되고 가슴벅차지만, 때로는 혼란과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다.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하는 의문이다.
현대신학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 있다. 하지만 스텐리 그렌츠와 로저 올슨의 『20세기 신학』(Ivp)이나 김균진의 『현대신학사상』(새물결플러스), 박만의 『현대신학이야기』(살림)등은 연대기 순서로 특정 신학자들의 사상 등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 신학 지형도』는 기존의 이러한 흐름을 탈피하여 조직신학의 각 각론을 다루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형식으로 편집된 책은 티퍼 C. 하지슨과 로버트 H. 킹이 엮은 『현대기독교조직신학』(한장사)이 있다.
이 책(『현대 신학 지형도』)은 원래의 목적을 잘 성취하고 있다. 이는 고전적 교리들의 큰 주제와 세부주제의 흐름에 맞추어, 각각의 교리들이 형성되었던 영역에서 발생했던 중요한 발전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신학자들이 다루어왔던 모든 교리들을 숙고하며, 근본적인 질문들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학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칼 막스, 정치적으로 마키아벨리와 프랑스 대혁명, 자연과학적으로는 코페르니쿠스, 철학적으로는 데카르트 등이 현대로의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신학은 이러한 모든 것들과 관련되지만, 이 요소들 중 어느 것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 1장에서 브루스 L. 맥코맥은 '현대성'을 어떠한 신학적 개념으로 이해해야할지를 제시하며 대장정의 시작을 알린다.
삼위일체와 하나님의 속성, 성서와 해석학, 창조, 인간론, 그리스도의 인격, 속죄, 섭리, 성령론, 구원론, 기독교 윤리학, 실천신학, 교회론, 종말론의 순서로 이 책은 조직신학의 전통적 각론을 대부분 다룬다. 주목할 점은 최근의 조직신학에서 분리되었던 기독교 윤리학과 실천신학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이들 학문이 이전에는 조직신학에 포함되었다는 사실과 각 분과의 전문성을 인정하면서도 학제 간 대화와 교류가 중요한 최근의 흐름을 보아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 영역을 집필하여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통일성과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어쩔수 없이 감수해야하는 아쉬움일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각 각론의 최근 연구 방향과 흐름을 잡는다면, 본래의 역할을 충분하게 감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매우 훌륭한 조직신학 입문서임에 틀림없다.
p.s 이 책의 제10장은 '성령론'이다. '성령론'을 기고한 교수는 웨스트몬트 대학의 델포트 워크(Telford Work)다. 아쉽게도 책 뒷 부분의 집필진 소개에 빠져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신학이나 아시아신학에 대한 소개의 문맥이 아니라, 전체적인 성령론을 개괄하면서, 다양하게 한국신학자를 소개한다는 것이다. 칼뱅의 후예로 개혁파 사상을 소개하는 신학자를 거론하며, 찰스 하지와 헤르만 바빙크, 루이스 벌코프 다음으로 박형룡을 꼽고 있다. 다음으로는 서구의 은사주의적 기도사역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길선주에게서 시작된 한국의 새벽기도 운동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해외저자의 책을 읽으며 한국 신학자나 목회자, 혹은 한국의 신학에 대한 소개를 들으면 그 내용은 뒤로하고, 일단 아주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