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기도 - 기도, 내 삶의 하나님 흔적
김정주 지음 / 구름이머무는동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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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흔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나님을 설득하는 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기도가 응답되지 않으면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믿음이 부족한지부터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나 김정주 작가의 『그래서 기도』는 기도의 기술보다 기도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기도를 특별한 장소에서 행하는 종교적 의무가 아니라, 말과 행동과 선택과 기다림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일상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으로 풀어냅니다. 이 책은 ‘어떻게 응답받을 것인가’보다 ‘응답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묻습니다.


저자의 이야기가 편안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것은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현실의 무게를 모른 채 기도를 말하지 않습니다. 기도하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리고 고단한 현실도 단숨에 사라진다고 장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어떻게 견디고, 그 안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진솔하고 유쾌하게 들려줍니다. 신앙적인 정답을 능숙하게 건네기보다 자신도 흔들리고 넘어졌던 자리에서 말을 건네기에, 그의 문장은 따뜻한 위로이면서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정직한 질문이 되고 익숙한 기도 언어 뒤에 감춘 우리의 자기기만까지 조용히 비춥니다.


“기도는 마음을 마음먹은 대로 되게 하고, 마음을 쓰고 싶은 대로 쓰게 만들어 준다”(p.16)는 문장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기도는 현실을 내 뜻대로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현실에 끌려다니는 마음을 하나님께로 돌이켜 다시 질서 있게 세우는 일입니다. 상황은 여전히 어렵고 바다는 거칠 수 있지만, 기도하는 사람은 풍랑 속에서도 자신이 가야 할 항로를 다시 발견합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삶을 피하게 하는 도피처가 아니라 삶을 바르게 바라보고 끝까지 살아 내게 하는 힘입니다. “기도는 이 행복으로 마음을 초대한다”(p.16)는 말처럼, 마음을 마땅히 두어야 할 곳에 둘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도가 주는 깊은 기쁨인지도 모릅니다.


대표기도에 관한 대목도 목회자인 내게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자는 “대표 기도에는 영성보다 정성이 필요하다”(p.95)고 말합니다. 대표기도는 개인의 영성을 드러내는 시간이 아니라 회중의 형편과 마음을 하나님 앞에 함께 올려 드리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예배의 상황과 교회의 형편, 성도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은 말은 아무리 유창하고 뜨거워도 공동체의 기도가 되기 어렵습니다. 좋은 대표기도는 화려한 표현이나 즉흥적인 열정이 아니라, 함께 예배하는 사람의 삶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가 되어 주려는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선택을 앞두고 드리는 기도에 대한 설명은 기도를 더욱 성숙한 자리로 이끌어줍니다. “선택을 위한 기도보다 중요한 것은 내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정직한 용기다”(p.102)라는 말은 기도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하나님께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일이 잘되면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여기고, 잘되지 않으면 하나님이 인도하지 않으셨다고 원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결정을 대신 내려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며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까지 정직하게 감당할 힘을 구하는 일입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알려 달라는 기도만큼, 선택한 길을 믿음으로 걸어가고 그 선택에 책임질 용기를 달라는 기도도 필요합니다.


이 책이 말하는 기도는 마침내 기다림과 맞닿습니다. 기도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에도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을 조용히 빚어 가십니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는 변화되고 성장한다”(p.121)는 고백처럼, 응답은 상황의 변화뿐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의 변화로도 찾아옵니다.


 『그래서 기도』는 완벽하고 근사하게 기도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말이 서툴고 마음이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책입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마음을 다시 세우고, 선택의 책임을 감당하며,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기도임을 이 책은 담담하게 일깨웁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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