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고백들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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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린 한 끼가 말보다 깊은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정성껏 차려준 밥상 앞에 앉으면, 마음 한쪽에 오래 접어두었던 감정이 천천히 풀리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도 없는 식탁에서 나를 위해 밥을 짓는 일 역시 흐트러진 삶을 다시 붙드는 작은 의식이 됩니다.


이 책은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라기보다, 먹는 일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을 삶을 돌보는 행위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식탁은 끼니를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 마음과 마주 앉는 고백의 장소가 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음식과 기억이 만나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떤 맛은 유년의 장면을 데려오고, 어떤 향은 가족과 친구와 연인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입안에 퍼지는 감각이 지나간 시간을 현재로 불러올 때, 그 기억들은 오늘의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책 속에서 오래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소중한 것을 상처 입힌 채 떠나보낸 사람들의 텅 빈 눈가. 누구나 자신의 규모에 맞는 부재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우리는 저마다 잃어버린 것과 놓쳐버린 것,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것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런 부재는 거창한 언어보다 밥상 앞에서 더 선명해질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음식, 이제는 다시 차릴 수 없는 식탁, 그때 미처 건네지 못했던 마음이 한 끼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음식들은 맛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기록입니다.


이혜미 작가의 문장은 시인의 것답게 맑고 감각적입니다. 요리하는 소리, 재료의 색감, 손끝에 닿는 질감이 섬세한 언어로 살아 숨 쉽니다. 평범한 식탁도 작가의 시선을 지나면 삶의 깊은 안쪽을 비추는 장소가 됩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은 문장은 “세계의 아름다움과 마주치는 순간은 결국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 주는 사건”이라는 대목입니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다시 알아차리게 합니다. 한 접시의 음식도 우리를 지금 이 자리로 데려오는 동시에, 오래된 시간 속의 나와 만나게 합니다.


『식탁 위의 고백들』은 가장 사적인 식탁에서 건네는 다정한 위로 같은 책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나를 위해 밥을 차리는 작은 태도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끼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차리고 싶고, 누군가와 마주 앉아 오래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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