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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쓸 만해졌습니다 - 나의 활용도를 높이는 브랜드 마케터의 기록 에세이
위한솔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3월
평점 :

쓰지 않으면 살 수 없었습니다. 문장은 두렵고 무겁기도 했지만, 쓰는 순간마다 살아낼 힘이 생겼습니다. 글이 저를 붙들어 주었고, 책이 저를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펜을 듭니다.
책 속에서 만난 구절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신문과 신문지의 차이를 마주했던 날, … 찰나에 사라지는 가치에 우리의 인생을 걸지 말자”(p.23)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저 역시 순간의 유행에 흔들려 허무를 경험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끝내 저를 지켜준 것은 오래 남는 관계와 기억, 그리고 글쓰기였습니다. 이 문장은 제 삶을 따뜻하게 비추어 줍니다.
유행은 잠시 반짝이고 곧 사라집니다. 반대로 오래된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더욱 빛을 냅니다. 글도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보다도, 세월이 지나도 의미를 잃지 않는 한 문장이 더 귀합니다. 그래서 저도 순간의 인기보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책은 독서에 대해서도 중요한 관점을 일깨워 줍니다. “책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본질적으로는 ‘왜 읽어야 하는가?’, ‘무엇을 알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p.38)이라는 말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읽는 이유를 잃을 때 독서는 금세 흩어졌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질문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마다 정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저에게 말해줍니다. 정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질문이 삶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책을 읽을 때마다 제 삶과 이어지는 물음을 더 오래 품고 싶습니다.
여백에 관한 문장도 큰 울림을 줍니다. “글자와 글자 사이에 띄어쓰기가 있어야 문장이 잘 읽히듯, 일정과 일정 사이에도 약간의 틈이 있어야 하루가 선명해진다”(p.44)는 말은 제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던 때에는 삶이 흐려지고 관계마저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 숨 고르기를 했을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글과 사람, 시간과 마음 사이에도 여백이 꼭 필요합니다.
여백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오히려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입니다. 여백이 없을 때 저는 쉽게 지칩니다. 그러나 작은 틈을 만들면 삶과 글 모두 다시 제 빛을 찾아갑니다. 여백은 지금도 저를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쓰다 보니, 쓸 만해졌습니다』는 글을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진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결국 쓸 만한 글을 남긴다는 사실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저자는 글을 통해 삶을, 삶을 통해 글을 다듬어 가는 길을 보여줍니다.
책을 덮은 지금, 저는 다짐합니다. 순간의 반짝임보다 오래 남을 가치를 붙들겠다고. 쉼 없는 달림보다 숨 고를 여백에 마음을 두겠다고. 목적 없는 독서보다 삶의 질문이 담긴 읽기를 이어가겠다고. 이 다짐이 쌓여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비추는 문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래 남는 것을 쓰며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