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삶을 직시하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고생각한다. 본인의 삶이든, 타인의 삶이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든, 괴로워도 바라봐야 한다.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글로 만들려면 아주 오래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에세이는 용감한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에 따라 ‘생각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간 글‘을 뭐라고 부르든, 그것이 산문이든 수필이든 에세이든, 글에 담긴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에세이라는 장르의 팬으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 P10

가만 보니 사람들에게는 역할이 있었고, 그 역할의 허용 범위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넓은 범위의 캐릭터가 허락되었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역할을 거부하는 것도 자유, 하고 싶은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자유지만 그에 따른 피드백은 피할 수 없다. - P58

예전에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힘으로 열심히살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용기가 있어서 죽는 게 아니다. 그만 얻어맞고 싶어서, 이제 다 그만두고 싶어서 내려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 인생이란, 길 한가운데에 샌드백처럼 서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 이제 이 자리에 그만 서 있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닐까. - P156

아이들은 작은 종이를 쥐고 지뢰밭에 뛰어든다. 어설픈 어른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적어도 "거기 내가 지뢰 있다고 했잖아" 하고 혀는 차지 말아야 할 텐데.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상황이 된다면, 짧은 구간이라도 운전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면허가 없지만 여하튼 마음은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아마도 모르는 새에 수많은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여기에 왔을 것이다. 지금도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공짜로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는 지금도 가시밭길을 걷는다. 지뢰가 터진다. 우리는 같은 땅에 서 있다. 희망이 아주 작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막을 계속 걷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 P1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