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 갈 곳 없는 마음의 편지
오지은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 보면 마음이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허전하고, 혼자 있어도 이유 없이 서글퍼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마음 둘 곳이 없어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앉아 있게 되지요. 오지은 작가의 에세이 『당신께: 갈 곳 없는 마음의 편지』는 바로 그런 날에 건네받는 편지 같았습니다. 조용히 곁에 앉아주고, 아무 말 없이 위로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꼽기 쉬웠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커피를 아이스로 시켜야 할지 뜨거운 것으로 시켜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글쎄'와 '그러게'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때는 선명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모호해지고 애매해지는 순간이 많아집니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확실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호함 속에 머무는 법을 배우는 일이 아닐까요. 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붙잡은 문장은 책의 끝에 가까운 부분에 있었습니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과 틀린 것은 다른 일입니다. 바보들의 헛소리에 너무 꺾이지 마세요.

잘 걷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불안할 때, 잘하고 있다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되는 말. ‘틀리지 않았다’는 그 짧은 고백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비교 속에 놓여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고, 내 모습이 부족하면 틀린 것 같아 움츠러듭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불안한 마음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말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오지은 작가의 글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담담하게, 때로는 무심한 듯 흘러갑니다. 그러나 바로 그 담담함 속에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자신의 미련 많고 서툰 모습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글이기에, 읽는 이도 자연스럽게 자기 마음을 비춰보게 됩니다.


이 책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책이 아닙니다. 대신 함께 앉아주고,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더 큰 위로가 됩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책장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서툴러도, 모호해도, 틀린 게 아니라는 고백. 그 고백이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당신께』. 갈 곳 없는 마음이 잠시 쉬어갈 곳이 되어준 책. 숨을 고르게 해 준 편지 같은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