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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리아의 순례기 ㅣ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4
에게리아 지음, 안봉환 옮김 / 분도출판사 / 2019년 2월
평점 :
우리네 삶은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은 여행 같을 때가 있습니다. 원했던 곳이 있었다 하더라도 여러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이후의 일정이 바뀌는 것이죠. 정답을 맞혀가는 과정이라기보다 모호함 가운데서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신앙이며 인생인 듯합니다.
그렇기에 순례자의 삶은 우리의 인생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주어지는 것만큼 살아내는 것이죠. 갈 수 있는 것만큼만 걸어가 보는 것입니다. 혼자인 듯했지만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깨달을 때도 있습니다. 먼저 걸어가 본 사람들이 건네는 조언은 더 큰 그림으로 이 길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에게리아는 성경에서 언급되는 곳을 중심으로 순례했던 경험을 이 책 『에게리아의 순례기』를 통해 들려줍니다. 저자의 설렘과 진지함, 열정 등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성지를 순례하며 느꼈던 다양한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저자는 성지를 통해 모세와 엘리야, 욥, 세례 요한 등을 만납니다. 순례지를 통해 성경에서 만난 인물들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들이 어떤 지점에서 고민하고, 하나님의 뜻 앞에 순종하기로 결정했는지 등을 그 땅을 보며 색다르게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네 번의 순례는 매우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성경의 이야기와 당대의 배경 등이 어우러져 우리를 새로운 이야기로 초대합니다. 새로운 성지를 발견할 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진지하게 대하며, 상고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기도하며 순례하는 참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2부와 3부는 전례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의 일상 전례와 주일 전례, 특별한 날에 드려지는 전례 등을 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4세기 말에 시행되었던 전례들을 살펴봄으로 전례의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됩니다.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은 성지에 대한 기존 정보들의 오류를 바로잡아 줍니다. 4세기의 문헌에서 성지에 대한 객관적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성지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집중해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써내려가신 이야기에 동참하는 듯한 설렘과 두려움의 저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정답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처한 환경에 가장 적절하고도 필요한 말씀을 건네주실 뿐입니다. 우리는 그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마음을 열어야 하며, 들은 말씀에 순종할 수 있게 몸을 낮추어야 합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의 이야기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