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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과 자선 / 인내의 유익 / 시기와 질투 ㅣ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3
한국교부학연구회 지음, 최원오 엮음 / 분도출판사 / 2018년 1월
평점 :
고통이 지속되면 어두움이 주위를 둘러쌉니다. 한줄기의 빛이 보이지 않는 것이죠. 아픔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조차 서서히 줄어듭니다.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반복하지만, 계속된 압박은 정서적이고 육체적인 한계까지 우리를 몰아붙입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짧은 한 마디, 건넨 손길, 따스한 눈길은 우리를 살게 합니다. 혼자서 아픔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가 함께 한다는 그 사실이 참으로 위로가 됩니다. 진심 어린 연대는 어두움 가운데 빛입니다. 실제적인 도움은 그러한 마음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여러 표현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북아프리카 교회의 수장이었던 키프리아누스는 수많은 사람들이 병고와 굶주림으로 쓰러져 가는 가운데 그들을 기억하며 함께 아파하기로 선택합니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고 연대할 것을 호소하는 이 책 『선행과 자선』을 펴냈습니다.
저자는 선행과 자선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근본적인 덕목임을 강조합니다. 더하여 하고 싶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선택적인 사항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라면 감당해야 할 필수적인 의무임을 주장합니다. 이 작품은 라틴 그리스도교 최초의 사회 교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죄 용서의 방편으로 선행과 자선을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세례 뒤의 죄 용서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키프리아누스는 자선이 탁월한 참회의 한 방편임을 다양한 성경 구절을 통해 선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저자는 기도나 단식보다도 더욱 탁월한 은혜의 방편, 참회의 방식이 선행과 자선이라고 말합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무시하지 않고, 그 아픔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하며, 위로하고, 그들을 구체적으로 돕는 것은 절망 가운데 놓인 한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행위인 것입니다.
또한 '인내의 유익'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믿음의 선배들이 삶으로 보여주신 인내의 모범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고통은 자연스럽습니다. 이러한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바로 인내입니다. 인내의 끝에는 새로운 은혜가 있을 것이며, 인내를 통해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마음 한 가운데 있는 가장 큰 악행에 대해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시기와 질투라는 것이죠. 타락한 천사와 카인도 그러했습니다. 시기야말로 교회의 평화를 깨뜨리는 사단의 가장 위험한 해악이며, 분열과 갈등의 근본적인 뿌리 또한 시기와 질투입니다.
우리는 키프리아누스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삶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우게 됩니다. 진정한 신앙이란 거창한 구호나 명제가 아닙니다. '너'를 품고 함께 울어주는 삶이야말로 참 그리스도인이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자세입니다. 너를 기억하며, 너를 불러주고, 너와 함께 걷는 바로 그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이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