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루살렘 함락 후 일주일
벤 위더링턴 3세 지음, 왕인성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 2021년 3월
평점 :

우리의 정체성은 인생의 크나큰 사건을 경험할 때 흔들리게 됩니다. 존재의 기반이 되는 관계와 공간의 상실은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합니다. 더군다나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닌 외부적인 사건과 사고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는 오랫동안 구축했던 세계관까지도 변화시킵니다.
유대인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예루살렘의 함락은 그동안 유지했던 자신들의 종교적이며 문화적인 전부가 없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은 그들에게 있어 단순한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종교적, 사회적, 역사적인 중심이었으며, 신비롭고 거룩한 곳이었습니다.
예수가 오시기 전부터 유대인들의 항쟁은 있어 왔습니다. 로마에게 있어 그들은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자신들만의 뚜렷한 종교적 색채를 유지하기 원하는 유대인들에게 더 이상의 관용은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열심당원의 계속된 반란과 봉기는 로마군의 공격을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신약학자인 벤 위더링턴 3세(Ben Witherington III)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예루살렘 함락의 현장을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우리는 성경의 인물들을 통해 당시의 그곳을 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곳의 참담한 모습과 유대인들의 절망을 몸소 경험하게 됩니다.
저자는 성경 텍스트 이면의 배경을 능숙하게 살려냅니다. 그리하여 보다 더 성경을 입체감 있게 그려냅니다. 예수님을 만난 많은 사람에게 그 만남이 어떤 의미였는지가 더욱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예수님의 존재와 삶을 깊숙하게 경험합니다.
예루살렘의 함락은 단순하게 슬픈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성전을 중심으로 한 유대인들의 세계관이 붕괴되는 기막힌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유대 민족의 세상은 확실하게 끝났음을 의미합니다. 이미 예수님께서 경고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믿음의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서 하나님의 계획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절망 가운데서도 소망을 주시는 하나님을 향한 신뢰는 예루살렘이 함락되는 그 순간에서도 소망을 엿보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비록 겉으로는 실패로 보일지 모르나, 새로운 유익을 허락하는 듯했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벽 끝에 다다른 듯 보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모호한 고통과 핍박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장면들 가운데 선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음을 보게 됩니다. 또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는 그분의 섭리가 있음을 말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의 이야기에 희망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죽은 것만 같은 삶에 여전히 생명이 있음을, 오히려 더욱 크고 강한 또 다른 힘이 작용함을 경험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결코 하나님은 우리를 그저 두지 않으실 것입니다. 예수님을 살리셨던 하나님께서는 우리 또한 살리실 것입니다.
불확실할 때가 더 많아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신뢰하며, 그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두셨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또다시 우리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결국은 우리를 통해 일하신 그분을 신뢰하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