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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교인가 그리스도교인가 - 그리스도인의 현실과 이상에 관하여 ㅣ 비아 시선들
안토니 블룸 지음, 양세규 옮김 / 비아 / 2024년 5월
평점 :
우리는 수많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우리에게 전달되는 진리는 살아 숨 쉬고 있어 우리를 가슴 뛰게 합니다. 하나님의 꿈이 우리에게 들려질 때 너무도 가슴 벅차 한없이 울고 기뻐했습니다. 하나님의 비전을 깨달았을 때, 그 안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진리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라는 원대한 꿈은 우리의 작은 가슴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일하신다는 것을 믿었지만, 실제적으로는 늘 우리가 앞장 서려고 노력했습니다.
교회는 더욱 그러합니다. 아름다운 공동체를 기대했지만, 세상보다도 더 세속적인 모습에 놀라곤 합니다. 제대로 소통되지 않음에 답답했고,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분노했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의 모습, 성도의 모습대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는 하지만, 오히려 더 어긋난 우리의 모습에 실망하곤 했습니다.
정교회 성직자이자 수도사이며, 사상가였던 안토니 블룸(Anthony Bloom). 저자가 직접 저술한 책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동안 했던 강연들은 감사하게도 녹취와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책 『교회교인가 그리스도교인가』는 1990년에 했던 아홉 편의 강연을 녹취한 것입니다.
블룸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교회를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형식적인 종교인으로서 교회를 다니고 있는지 질문합니다. 우리가 신경을 외우고, 고백하며, 교회에 출석하는 삶 자체가 우리를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주진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구원도 필요하지만, 열매도 절실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병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받아들여야만,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합니다. 성령 하나님께 우리를 맡길 수가 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무엇인가 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하나님만 의지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 교회로 나가는 길은 분투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손쉽게 온전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 길이 힘겨운 길임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의 여정에서 미끄러지고 실패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로 빚어져갑니다.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어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환대할 때 진정한 공동체가 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겠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아름답게 세우시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열려있기만 한다면, 삼위일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지지하시고 도와주시며, 함께해 주십니다. 우리가 교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를 내어놓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작은 걸음부터 시작해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