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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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상상을 해요. 지금의 내가 어린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러한 생각이 확장되면,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까 떠올립니다. 외로움, 불안과 두려움, 서운함과 억울함, 분노 가운데 있는 우리에게 뭐라고 말을 할까요?


균형을 맞추어 걸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에게 조금은 안정감을 더 느끼는 우리는 따스한 조언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잘것없이 보이는 막막한 인생, 마지막일 것만 같은 순간일지라도 가끔은 설레게 하는 바람이 불어온다고요.


시와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시를 듣고, 함께 음미한다면 인생이 조금은 더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을 해요. 시인 황인찬은 시로서 대화하고, 그 시로부터 인생의 의미를 노래해요. 시인의 산문은 그래서 참 영롱해요. 한 단어, 한 문장 버릴 것이 없으니까요.


작가는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에서 '너'의 시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확장시키려고 해요. 이 책은 1년간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연재했던 <황인찬의 읽고 쓰는 삶>을 정리해서 묶은 것이에요. 시는 참으로 신비하고, 놀라운 일을 해요. 나를 해체시키고, 해방시키는 것이죠.


작가는 이 책에서 시를 평가하지 않아요. 그저 시와 함께 하며, 그 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려해요. 그런데 아름답다는 것은 사실 우리 손에 쥘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 슬플 수밖에요. 갖지 못하니 슬픈 거예요. 하지만 숭고해요. 슬프지만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이지요.


시는 리듬과 침묵, 은유와 상징을 통해 우리에게 대화하자고 손 내밀어요. 시를 읊조린다는 것은 '너'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이죠. 명확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언어의 강력하면서도 따스한 힘이 우리에게 스며드는 시간이 되는 것이에요.


작가는 시를 통해 자신을 말하고, 시와 함께 삶을 써내려가요. 단어와 문장 사이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또 다른 언어로 만나게 되지요. 그러면서 시인과 나의 차이를 알게 되고, 시인과 공유하는 나의 감정이 무엇인가도 분별할 수가 있게 돼요.


우리는 저자는 통해 인생을 살아내는 언어를 배우게 돼요. '너'와 '나'의 다름에서 시작하여, '너'와 '나'의 하나됨에 이를 수 있는 것이죠. 모양과 색은 다 다르지만, 슬픔 가득한 인생에 아름다움도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에요. 짧지만 찬란하고, 소유할 수 없지만 눈에 담을 수 있는 그 아름다움요.


사람이고 싶어요. 끝까지요. 아름답고 싶다는 말이에요. 하루에도 수십 번 복수를 꿈꿔요.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저주해요. 하지만 다시 가슴을 쳐요. 울부짖어요. 내 안에 똬리를 튼 무자비와 탐욕을 보게 되지요. 그러면서 기도해요. 아름다워지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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