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75] 보물과 같은 사람이고 싶어서...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
엄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1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그림이 있습니다. 그것이 희미할지라도 내 가슴을 설레게 하고, 나를 움직이게 하며, 생동감 넘치게 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텁텁한 세상이지만 그 생각만으로 일순간 우리를 개운하게 하는 그 무언가요.

저는 만남의 밀도가 높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처음이든 오랜만이든, 만났을 때 따듯함을 건네주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 당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흘려듣지 않는 사람이고 싶네요. 그래서 다음에 또 만나고 싶은 사람,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무엇보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은 작가 엄지혜. 『태도의 말들』로 세심하게 상대방을 듣는 넉넉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저자는, 이 책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 주위에는 그러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까칠한 사람, 비꼬는 사람, 교묘한 사람, 힘을 탐하는 사람에게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은 우리에게 이런 모습들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아는가, 인정하는가가 중요한 듯 보여요.

그렇다면 우리는 추상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목표로 수정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목표를 설정해 줍니다. 가령, 불편한 관계를 받아들이고, 때를 기다리며, 너의 마음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저자는 실패 또한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몇 년 후에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 발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더 중요한 것은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도 쉬이 판단할 수 없다는 거예요.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고, 실패는 적어도 시도해 보았기에 나온 결과이니까요.

그래서 허황된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고백은 매우 큰 힘이 됩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일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 공짜를 기대하지 않는 삶입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먼저 하지 않으면서 거창한 것을 이루겠다고 하는 것은 요행일 뿐입니다.

작가는 계속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해 글을 써나갑니다. 조언은 삼가고,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하며, 환대하는 사람입니다. 같이 일하고 싶고, 죄책감을 주지 않으며, 잘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아주 소소한 것도 있고, 크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상대방에게 부담이나 압박을 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상대방의 마음을 급하게 얻기 위해 섣부르게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을 진정 위한다면, 때로는 잠시 멈추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와 마음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참아야 할 때와 표현해야 할 때는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기보다, 진정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작은 신음을 알아차리는 감각이 있기를 원합니다. 이루기 힘들기에 더 보물과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