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100쇄 기념 에디션)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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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순간이 되어서야 일상을 애타게 찾습니다. 평범한 하루에 휘몰아친 사고라는 불청객은 매 순간의 삶이 얼마나 소중했음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혹시나, 설마 사람인 이상 그렇게까지 하겠어'라는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인간의 약함과 악함을 마주합니다.


그럼에도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이유는 스치듯 지나간 기쁨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슬픔과 아픔도 그 골이 참 깊지만, 위로와 넉넉함은 또 다른 오늘을 살아갈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신만을 위한 사람들만 세상 가득 있는 줄 알았지만, 자신까지 내어주는 사람들도 존재함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오히려 우리를 낮아지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신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한 약함과 악함이 나에게도 있음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순간이지요. 참으로 행복하고 가슴 벅차지만 눈물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나에게 전혀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내어놓아 희망을 써 내려간 사람이 있습니다. 암 투병 가운데서도 끝까지 고통을 견디며 마음으로 쓴 글들은 누군가에게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어주었습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장영희는 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정작 자신은 이 책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자는 장애와 암 투병 가운데서도 여전히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갑니다. 특유의 밝음과 진실함이 글 곳곳에 묻어납니다. 그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의 삶의 방식에 맞추어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없음'에 초점 맞추지만. 저자는 이미 있는 것을 '누림'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사람이 있고, 사랑하는 일이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존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가슴이 있고,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수 없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참 많아요. 남을 아프게 하고는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요. 그럴듯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정작 자신 주위에 신뢰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 분들 옆에는, 앞에서는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험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저자는 특별하고도 거창한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늘이라는 시간, 이 작은 순간을 기뻐합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쏟습니다. 일상의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주변의 사람을 지나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혹여나 마음 쏟지 못해 놓쳐버린 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합니다.


그녀는 자신을 수식하는 여러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저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그녀는 여러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100쇄를 넘은 이 책으로 저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또 다른 오늘을 살아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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