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싶은 시간도 선물이었습니다
이효경 지음 / 마음시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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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아픔이 나를 잠식할 때, 그 고통이 분노가 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그토록 혐오하던 탐욕과 교만, 이기적인 모습이 나에게조차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사실 그 어떤 사람도 우리의 내면에 깊이 관심을 갖기는 힘들기 때문이지요.


한 사람을 가열하게 내몰았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를 휩쓸고 간 고통의 시간들조차 우리를 모르는 척하기 일쑤입니다. 과거에게 집착하며 호되게 그를 나무란다 해도 변화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사라졌으리라 생각했던 마음의 생채기만 더 깊어집니다.


그렇습니다. 붙들어야 할 것은 예전의 '나'가 아니었습니다. 흔쾌히 '안녕'이라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살아내야 하는 순간입니다. 이효경 작가의 『지우고 싶은 시간도 선물이었습니다』는 '지금'을 살아낼 수 있게 하는 힘과 용기를 줍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기쁨의 조각들이 흩날립니다. 작가는 자신이 발견한 소소한 행복들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격정적으로 우리를 몰아가지 않습니다. 거칠어져 오돌토돌했던 마음이 금세 몽글몽글해집니다. 글과 사진으로 전해주는 따스함은 고스란히 우리 마음 한가운데로 들어옵니다.


저자는 사진작가가 되어 드넓고 푸르른 생기를 전해줍니다. 초라한 인생이라 쪼그라든 마음에 바다와 숲을 품어봅니다. 저자는 시인이 되어 우리의 마음에 온기를 더하여 줍니다. '너'에게로 향한 작가의 시선은 낮은 곳을 향해 있습니다.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함께 아이들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우리 마음도 풍성해집니다.


작가는 일상의 고통을 모르는 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아픔을 보듬고 품어냅니다. 혼란스럽고 각박한 세상에서 홀로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지나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희망일지라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무기력하게 보이는 시간을 넘어 더욱 찬란하게 빛날 내일이 있음을 기대합니다.


작가의 현재와 미래는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닙니다. 너를 살리고 나를 살린 따스한 그 마음을 품고 지내는 것입니다. 그것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잇대어 있음을 알고, '너'를 기억하는 삶입니다. 서툰 사랑일지라도 받은 그 사랑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삶입니다.


도란도란 나누는 삶의 이야기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사람들과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가슴 벅찬 사랑의 고백이요 노래입니다. 너에게 건네는 용서와 감사, 사랑은 나에게 또 다른 충만함을 선물로 줍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기쁨의 위로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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