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묻고 아빠가 답하다 - 성서학자 아빠가 들려주는 복음 이야기
이상환 지음 / 도서출판 학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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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주어진 위치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부르심에는 소명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맞게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르심에 합당한 삶이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입니다.


창조 시의 세계는 경이로웠습니다. 그 이유는 질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를 했기에 평안했습니다. 보시기에 좋았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질서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무질서합니다. 주어진 위치에서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마치 상하(주종) 관계처럼 상대방을 압박하고 억누릅니다. 피조 세계는 고통 가운데 신음합니다. 아름다웠던 창조세계는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요? 어떤 방법으로 깨어져 버린 세상을 새롭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전작인 『Re : 성경을 읽다』와 『신들과 함께』를 통해, 성경 해석의 방법과 고대 근동의 신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탁월하고 깊게 소개한 이상환. 저자는 이 책 『아이가 묻고 아빠가 답하다』를 통해, 성경이 말하고 있는 참된 질서가 무엇인지와 그 질서가 왜 깨어졌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조직신학적인 질문에 성서신학적인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조직신학의 핵심적 주제는 신, 인간, 죄, 구속, 회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이 타락함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입니다. 저자는 창세기 1~3장을 통해 성경의 굵직한 주제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치 인간이 하나님께서 불어넣어주신 "생명의 기운"으로 하나님의 작품이 되듯, 교리라는 다소 건조할 수 있는 주제에 장인의 손길을 더함으로 따뜻하고 생명력 있는 하나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시종일관 진행되는 사랑의 대화에서 그 태도와 내용 모두를 통해 자연스레 하나님과 그분의 사랑을 알아갑니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가질 수 있는 원초적인 질문들에 답합니다.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습니다. 사실 매우 까다로운 물음이라 대답을 꺼려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본래 말씀하고자 하는 의도를 곡해하고 잘못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본래 아름다웠던 질서의 피조 세계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을 통해 다스려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반영할 수 있는 존재였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만 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러한 경계가 깨어진다면 이 세상은 무질서로 혼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질서의 하나님께서 무질서의 상태 가운데 놓인 피조 세계를 다시금 어떻게 회복하시는지를 감격스럽게 전합니다. 아이들과 아빠의 대화는 시종일관 흥미롭습니다. 아이들이 던지는 색다른 질문은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측면을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저자와 아이들이 쌓아 올린 질문과 대답들은 서로 촘촘하게 연결됩니다. 1장은 2장을 위해, 2장을 3장을 위해 고안된 고도의 장치와 같습니다. 결국 10장 '예수 그리스도'는 1장부터 9장까지의 내용이 모두 반영된 이 책의 놀라운 결과물이 됩니다. 창세기로부터 요한계시록까지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저자를 통해 혼란 가운데 있는 이 세상이 새롭게 회복될 수 있는 감동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우리로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무질서의 상태를 예수 그리스도는 완전하게 바로잡아주십니다. 이 거대한 서사 앞에 우리는 경외감을 느낍니다. 놀라운 이야기 한가운데서 어떻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갈지를 기대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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