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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 - 한 인문주의자의 성경 읽기
최종원 지음 / 비아토르 / 2024년 5월
평점 :
교회 답지 못한 교회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사랑과 정의를 외치지만, 그 누구보다도 사람에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고통보다는 자신의 유익에 더 신경 씁니다. 절망 가운데 몸부림치고 있는 사람의 상태보다도 자신의 미래와 안위에 온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말'하지만, 교회는 그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거룩한 '말', 정제된 '말'로 상대방을 억압합니다. 진정한 소통과 대화를 통해 한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정답 안으로 욱여넣으려 합니다.
역사학자인 최종원 교수는 이 책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를 통해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성경을 읽습니다. 저자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예리하게 진단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은 교회를 살리기 위한 가슴 아픈 애정의 도구입니다. 진심으로 현 상태를 바라보아야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병폐는 성직주의와 교권주의입니다. 이를 통해 교회는 여러 잡음에 시달리게 됩니다. 결국 교권주의와 성직주의를 극복해야만 교회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주장합니다. 여전히 교회의 경계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교회 공동체를 나그네의 공동체라 명명합니다. 이는 힘을 가진 제국 안에 살아가지만 그에 속하지 않는 이중성을 나타냅니다. 교회는 제국의 힘을 따라가기보다 겸손하게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의 선한 영향력은 아주 자연스레 주위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교회가 강조하지 못했던 방편들에 저자는 집중합니다. 그러한 소중한 은혜의 도구들을 재조명합니다. 침묵, 복종, 성찬, 거룩 등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 상황을 반영합니다. 듣지 않고, 멈추지 않고, 기억하지 않으며, 배타적인 교회의 모습 말입니다.
진정한 교회는 '더불어'의 정신을 구현하는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비록 나그네이지만, 우리보다 더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타자를 향한 환대와 나눔은 교회 공동체가 다른 집단과 구별될 수 있는 가장 큰 시금석입니다. '나'를 위한 신앙에서 '이웃'을 향한 신앙으로의 전환입니다.
세상은 힘을 추구합니다. 더 많이 소유하라고 합니다. 더 올라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것을 버리고 내려오셨습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라가야 합니다. 그의 삶의 방식과 그분의 정신을 본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그것이 교회다움입니다. 힘을 찬양하고 그 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힘을 향해 연약한 자들의 목소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언자의 모습입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망은 있습니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