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말들 - 마음을 꼭 알맞게 쓰는 법 문장 시리즈
류승연 지음 / 유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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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의중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배려는 오히려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줄 때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꾹꾹 눌러왔던 한 마디의 무게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가볍게 대응한다면 그것은 배려가 아니라 한낱 자기만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 사람의 서사를 알고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현재 그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상대방의 정보를 뛰어넘어 그 존재 자체를 끌어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당신을 배려해서라고 말은 하는데, 제시한 대안은 자신을 위한 것일 때의 당혹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가령, 자신의 이득을 위해 상대방을 내치면서, 너의 비전과 사명을 위해 내가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사회부와 정치부 기자로 6년 동안 국회를 출입했던 이 책 『배려의 말들』의 저자 류승연. 그 누구보다 빨리, 열심히, 잘할 것을 요구했던 저자는 발달이 느린 아들과 함께 살며 작은 성장의 기쁨을 알게 됩니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말이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상대방의 다름에 대한 이해는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토대가 됩니다. 같은 사건을 경험하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고통은 매우 다릅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한 사람은 상대방이 경험한 외적 사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마음에 귀를 기울입니다. '너'를 듣는 것이 배려의 시작입니다.


저자는 배려가 단순히 고통을 떠안는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 배려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손을 살짝 잡아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를 살리는 것이 배려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아주 자연스러운 전개로 우리 사회 곳곳의 소외된 사람들을 비추어줍니다. 강압적이거나 부담스럽지 않게요. 이 또한 독자들을 배려한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서 아주 조금만 마음을 열어보길 소망합니다. 우리 또한 나그네, 이방인이라는 것을. 우리 또한 언젠가 장애인이 될 수도 있음을 상기시켜 주면서요.


때로는 자신을 배려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늘 억눌리고 눈치 보며 상대방만 생각해왔잖아요. '나'를 배려해야 '너'가 보이니까요. 거창한 무엇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일상에서도 보석 같은 순간이 있으니까요. 때로는 그런 일상과 평범함이 너무 그리울 때도 있더라고요.


사랑과 배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동적인 행동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수동적임을 알 수 있죠. '너'에게 맞추어야 하거든요. 내가 원하는 사랑의 방법이 아니라, '너'가 원하는 방식과 태도가 진정한 사람이죠. 그렇기에 사랑은 매우 소극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 사랑과 배려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매우 세심하게 상대방을 관찰하게 이해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사랑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랑을 한번 해보세요. 무엇인가 훨씬 다른 차원의 풍요로움을 경험하게 될 테니까요. 아,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구나를 경험하면, 더 깊은 사랑을 하고 싶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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