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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 -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집
성백광 외 지음, 김우현 그림, 나태주 해설 / 문학세계사 / 2024년 4월
평점 :
모두가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몸은 쇠약해지나, 마음으로는 청춘처럼 살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늙어가는 것은 보이지만, 정작 자신이 나이들어가는 것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하나 둘 복용해야 할 약이 늘어납니다. 거뜬하게 오르내리던 길이었는데, 어느샌가 헉헉 거리게 됩니다. 이전에는 전자제품 최신 업데이트를 미리 챙겨봤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에 관심조차 없습니다. 새로나온 기능이 더 편리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기존의 것이 더 쉽게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그들의 고민과 아픔을 깊게 알지 못합니다. 그저 추상적으로만 생각할뿐입니다. '힘드시고 외롭겠지'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들의 고통이 우리의 아픔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더 세심하게 그들의 마음을 살피지 않았던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은 (사)한국시인협회와 (사)대한노인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에서 발굴한 시를 엮은 시집입니다. 총 5,800여편의 작품 가운데 예심을 거친 100편의 작품이 본심(심사위원: 김종해, 나태주, 유자효)을 거쳐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만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솔직담백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표현합니다. 유쾌하면서도 연륜이 묻어나는 문장들로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추리고 추려서 건져 올린 짧은 문장은 깊고도 따뜻합니다. 그 안에는 오랜 시간이 담겨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아주 평범한 일상을 표현하지만 지혜가 담긴 비범함이 빛납니다. 유쾌하게 표현한 문장들 사이로 외로움과 서글픔, 서운함과 비통함이 묻어납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향한 양가감정이 절묘하게 교차합니다. 모든 문장은 생동감이 넘치며, 살아있음을 뽐내고 있습니다.
끝이 있음을 인정하며 사는 겸손한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영원하지 않은 것에 온 마음을 다하는 인생은 불행합니다. 비록 지금은 불편하고 힘들어도, 선물로 주어진 인생을 어르신들의 지혜로 채워나가다보면, 우리 삶도 충분히 아름답고 경이로울 것입니다.
*이 리뷰는 문학세계사(@munse_books)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