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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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일탈 행동을 '너'의 문제로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너'라는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너' 혼자의 문제로 남겨두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문제가 될까 봐 마음 졸이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 앞에 내가 원하는 정도의 배려만이라도 상대방에게 적용해 본다면, 대다수의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표면적인 행동 이면에 외로움과 고립감, 무기력과 절망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준다면요.


한 사람의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만 정작 이것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오랜 시간 곁에 머물며 그 사람을 주의 깊게 관찰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관계를 맺고 많은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의 성장 과정까지도 지켜보기를 원한다면 엄청난 수고가 요구됩니다.


25년 경력의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책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의 저자 강지나는 이 어려운 일을 묵묵하게 수행합니다. 빈곤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 아이들과 10여 년간 만남을 지속하며, 그들이 겪은 청소년 문제와 교육 문제, 사회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탐사합니다.


저자는 오랜 시간 교사로 일하며 빈곤의 현장에서 경험했던 막막함을 담담하게 진술합니다. 가난을 겪는 아이들에게 공부나 성장은 우선순위가 아니며, 이들은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살아가야만 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에게 사회의 안전망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여덟 명의 친구들이 스스로 들려준 그 이야기가 울려 퍼지도록 배려합니다. 저자는 어른과 사회의 시각에서 판단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직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도록 돕습니다. 그들 또한 진솔하면서도 용기 있게 자신이 경험한 막막함과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상 자연스럽게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합니다. 이웃을 돌보고 섬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아야 할 이웃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아파하며 힘겨워하는 소외된 '너'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인터뷰 이후에 적실한 사회학 이론과 심리학 이론들을 곁들이며 여러 문제들을 해석합니다. '가난'이라는 문제를 다층적으로 분석합니다. '가난'은 재화의 부족 이상입니다. '가난'이라는 문제는 원만한 가족관계를 경험하지 못하여 내면을 파괴하고, 심리적인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곧 지속적인 관계 맺기의 실패로 귀결됩니다.


건강한 관계 형성과 욕구 발현의 기회가 수없이 좌절되고 박탈되면 누구나 사람은 문제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한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빈곤의 대물림으로 인한 소외와 불평등의 경험이 내면에 축적되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처할 곳이 없습니다. 그들의 빈약한 사회적 자본은 위기의 순간에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가난'이라는 것은 개인이 겪는 문제로 축소될 수 없습니다. 여러 조건과 환경, 학습, 습속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의미 있는 것은 문제를 속속들이 밝혀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의 인터뷰는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힘겨웠기에 멈출 것이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여러 사람들과 기관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온전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은 이유는 '나'만 생각하지 않는 '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웃'이 되어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제약이 많은 환경이지만, 그런 한계를 넘어설 때 오히려 훨씬 더 큰 성장과 기쁨이 있음도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배려 받고 환대 받으며, 섬김을 받은 사람은 또다시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흘려주고자 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곁에 머물며 따뜻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저자의 사랑이 그러하며, 힘겨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다시금 전해주고자 하는 이 아이들의 마음도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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