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한계 안에서의 이성 신학의 전제들에 관한 탐구 3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은 늘 불안합니다. 세상의 가치관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침범합니다. 세상의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갈등 상황에 자주 노출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 한쪽을 극단적으로 따라가는 선택을 하기가 쉽습니다.


학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라는 대의에 헌신하기보다 내 삶의 자리가 우선될 때가 많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지만, 마음 깊숙이 나의 특권을 포기하기 싫은 마음이 공존합니다. 학문의 세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내적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기독교 철학자인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는 『종교의 한계 안에서의 이성』을 통해, 그리스도인 학자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이 학문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관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독백과 같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믿음'과 '학문'이 조화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종교와 과학(넓은 의미에서는 '엄밀한 학문')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자신이 믿는 종교에서 무결성(온전함, 충실함)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이론을 고안하고 평가할 때 종교의 신념을 사용하여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통제 믿음의 역사적 사례로 천동설과 지동설 논쟁, 데카르트와 뉴턴의 논쟁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철학적 신념으로 인해 자신이 수용하고자 하는 과학 이론이 통제됨을 보여줍니다. 더하여 과학조차도 과학자들의 철학적 신념(믿음)에 의해 통제된 형태의 이론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 집단('그리스도교 공동체'와 '동료 학자 공동체')에 속해 있는 그리스도인 학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역사를 통해서 살펴본 바, 한 사람의 종교적 신념은 과학과 충돌할 위험이 있고, 자신의 과학적 지식은 종교적 헌신과 충돌할 위험이 끊임없이 존재합니다.


월터스토프는 고전적 이론인 토대론이 매우 매력적인 이론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 이론이 가진 난점이 존재함을 면밀하게 살펴봅니다. 확고한 토대 위에 있다는 전제는 사실상 믿음이 포함된 것입니다. 어떤 이론도 그 이론 자체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비이성적인 믿음 또한 함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믿음'과 '학문'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것을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증인과 대리자, 증거가 되는 임무에 참여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결정적이고 궁극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진정한 헌신' 안에서 그리스도인 학자는 어떠한 이론을 고안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론을 고안하고 평가할 때 이것이 통제 믿음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믿음과 헌신의 체계 안에서 일관성과 총체성, 무결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그것이 '샬롬'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 창조 세계를 책임지고 사랑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관계(하나님, 나, 이웃, 자연)에서의 평화와 기쁨을 우리는 목표로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이 땅에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학문과 추구는 어떠한 추상적이고, 탈역사적인 것이 아닙니다. 지금 현재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해방시켜주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세상의 가치관과의 치열한 싸움이 있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을 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하나님의 예언적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들의 외침에 다른 쪽 귀를 기울이는 그리스도인이야말로, '믿음'과 '학문'을 조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삶의 자리에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 창조 세계의 자리를 비워둘 수 있는 여유와 넉넉함이 우리에게 요구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