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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던 교회는 - 한국 교회의 빛나는 유산
안정혜 지음, 김영화 그림 / IVP / 2023년 7월
평점 :
'너'의 아픔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나'의 힘겨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입니다. 작은 어려움에 끙끙대다 보니 ‘너’라는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더 안정되고 싶은 마음에 더 이상의 에너지를 내기가 싫습니다. 역설적으로, ‘너’를 돌아보지 않는 ‘나’에게 참된 평안은 없습니다.
교회가 힘을 잃게 되는 순간은 바로 이때입니다. '나'만 생각할 때 말이죠. 교회가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다면 실은 교회의 마땅한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전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렵고 소외되어 있는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합니다. 교회의 유익과 상관없이 그저 자신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그러한 성도와 교회가 많아질 때 교회는 빛나게 됩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순간입니다. 믿음을 행동으로 표현할 때 그 믿음은 참이 됩니다. 거창하게 말만 하는 구원이 아니라, 실제로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베풀어야 합니다. 아픔에 공감하며, 나의 곁을 내어주는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안정혜 작가가 글을 쓰고, 김영화 작가가 그림을 그린 『내가 꿈꾸던 교회는』에서는 세상 속에서 이웃들에게 손 내미는 교회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강원도 속초중앙교회의 7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이 책은 한 교회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교회의 미래를 다시금 그려보는 독특한 책입니다.
주인공인 '주찬양'은 자신의 이름이 부끄럽습니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받는 순간이 되면, 더욱 그러합니다. 자신의 이름에서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이 드러나기에 친구들의 놀림에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성도들과 교회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것 또한 변명으로 들릴까 봐 그저 속으로만 되뇝니다.
우연한 기회에 다니던 교회의 봉사 단체에서 친구와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교회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지역과 이웃들을 위해 오랫동안 섬겼던 교회의 모습을 보며 다양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찬양'이와 친구 '유찬'이는 당연히 전도를 위한 봉사라고 생각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생각을 알았는지 목사님께서는 한국 교회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개인의 믿음 생활을 넘어서 사회 공적인 선을 위해 힘쓰는 곳이 바로 교회라고 말입니다. 처음 교회가 한국에 세워질 때는 병원과 학교를 세워 병을 고치고 민중을 계몽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마치 억압받던 백성들을 자유하게 하셨던 예수님의 구원 사역과 말입니다.
그렇다면 교회인 우리가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교회의 수많은 봉사를 홀로 감당하는 것일까요? 실제로 '찬양'이는 교회의 역사를 알고 나서, 자신의 일상을 제쳐두고 교회에 가서 섬김을 감당합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뒤로하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포기하고 교회를 섬기는 것이 진정 하나님의 뜻일까요?
이 책은 참 많은 고민과 질문을 안고 있습니다. 아주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지만 그 무게감은 상당합니다. 교회에 대한 질문, 성도의 삶에 대한 질문, 여성 지도자에 대한 질문, 거룩에 대한 질문 등. '나'로만 존재하는 교회가 아닌 '너'를 위한 교회로 살고 싶은 교회와 성도들이 유쾌하게 읽고,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귀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