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레드 청설모 찾기 아크스테이션 환경 그림책 4
고승희 지음 / 아크스테이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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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활자보다 무채색의 그림 한 폭이 더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가득 채워놓으면 독자의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넉넉한 여백은 저자와 독자가 함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됩니다. 간단한 스케치로 저자가 방향을 잡아주면, 그 안에서 독자는 마음껏 활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환경문제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보다 독자들의 공감이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동이 더딘 이유는,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느끼며 작은 실천이라도 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크 스테이션의 '환경 그림책 시리즈'의 4권인 『런던에서 레드 청설모 찾기』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이 전의 시리즈와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과감하게 활자 없이 흑백 스케치로만 구성한 독특한 책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그 이면을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이 책을 구상하기 위해 고승희 작가는 런던 곳곳을 실제로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활자가 없기에 그림 하나하나는 더욱 구체적이고 세심해야 했습니다. 지구를 사랑하고 환경을 깊이 생각하는 저자의 따스한 마음이 곳곳에서 묻어나, 각각의 그림은 생동감 있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제3권인 『위트니스의 파리 여행』에서 주인공인 청설모 '위트니스'는 런던에 있는 사촌 레드 청설모를 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위트니스'는 런던의 지리를 잘 알지 못했고, 자신의 집으로도 돌아가야 했기에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 런던에서 온 청둥오리 '첼시'는 기꺼이 자신이 안부를 전해주겠다고 말합니다.


런던으로 온 첼시(런던이 연고지인 축구 클럽 첼시가 떠오릅니다)는 런던에서 레드 청설모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 합니다. 자신이 살았던 빅토리아 공원에서 매우 쉽게 레드 청설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그 일은 험난합니다.


첼시의 시각을 따라 펼쳐지는 런던의 모습이 무채색으로 보이는 것은 비단 무채색의 그림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런던의 거리와 공원은 온갖 쓰레기로 인해 생명력을 잃어버린 듯합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들은 이제 우리 가까이가 아닌 책이나 그림으로만 보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이 책이 던져 주는 문제의식은 보다 더 실제적으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환경 문제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나'와 '너'의 작은 행동이 모여 큰 영향력을 미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로부터 환경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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