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최후 기도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문재상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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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님께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그분의 선물은 단지 그분의 사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모든 걸음들과 죽음의 순간까지도 포함됩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그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십자가에서의 마지막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극심한 고통의 한 가운데를 지나시면서도 끝까지 우리들을 위하십니다. 영원 전부터 지속된 성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끊어질 것을 아셨음에도 불구하고 성자는 성부의 말씀에 끝까지 순종하십니다. 그저 성부 하나님의 말씀과 그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십니다.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그런 점에서 십자가의 정수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마지막 기도는 그런 점에서 우리의 일상과 깊이 연결되며, 우리의 인생 전체를 하나의 큰 이야기로 묶어 줍니다. 예수님 안에서 용서받음으로 새롭게 태어나며, 그분과 함께 죽고, 그분과 함께 살게 됩니다.



의사이자 영성 작가였던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Adrienne von Speyr)는 이 책 『예수의 최후 기도』에서 가상 칠언을 칠성사와 연결시킵니다. 그녀의 스승이었던 한스 우르스 폰 발타자르(Hans Urs von Balthasar) 조차 이러한 연결에 회의적이었던 것을 보면, 참으로 독특한 접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어려운 일을 탁월하게 해냅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이 성부 하나님뿐만 아니라 교회와 모든 인류에게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가상 칠언과 일곱 성사의 관계를 묵상하게 됩니다.



십자가의 말씀은 과거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유효한 말씀입니다. 여전히 십자가의 말씀은 교회를 형성하며, 우리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런 점에서 신앙의 여정 가운데 은혜의 방편인 성사와의 연결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사역은 십자가로 귀결되며, 복음은 예수님의 수난을 필연적으로 가리킵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빛을 통해 복음을 새롭게 해석하게 됩니다. 우리의 신앙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리하여 다시금 우리를 하나님께 대면하게 만듭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 상에서 성부 하나님과 만나셨습니다. 강도와의 만남, 요한과 마리아와의 만남, 병사들과의 만남, 군중과의 만남은 반복될 수 없는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터져 나온 예수님의 말씀은 단 한 번으로 유효한 말씀으로 끝나지 않고 충만함 가운데 지속되는 말씀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충만함이 교회의 충만함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서 다시금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십자가에서의 그리스도의 은혜는 그 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말씀과 성사를 통해 교회에 충만하게 넘쳐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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