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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질문이다 - 예수의 정체성에 대한 현대적 탐구 ㅣ 비아 제안들 시리즈
웨인 A. 믹스 지음, 김경민 옮김 / 비아 / 2024년 1월
평점 :
재빨리 답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명확한 방법을 통해 명징한 정답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오랜 연구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답'보다는 '질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신학의 언어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얼마든지 변화되며 통합되고, 재해석됩니다.
신앙과 신학의 언어를 이야기와 은유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삶을 더욱 폭넓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고통과 고난의 순간 진심이 담기지 않은 상투적인 말 한마디는 깊은 상처를 줍니다. '하나님의 뜻'은 단정 지을 수 없고, 그것은 고통의 당사자가 오랜 시간 해석의 과정을 거치며 고백하는 탄식 어린 찬송과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 텍스트를 교리 모음집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자적인 해석으로 타인을 비난하고 정죄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종교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의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신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경의 텍스트는 고정불변의 실체라기보다 우리가 끊임없이 대화하며 적실하게 적용하고 해석해야 할 살아있는 말씀입니다. 죽어있는 문자가 아니라 생동감 있게 지금도 역사하는 실체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경의 이야기에 함께 동참하여,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 연구로 한 획을 그은 『1세기 기독교와 도시문화』의 저자 웨인 A. 믹스(Wayne A. Meeks). 그는 이 책 『그리스도는 질문이다』를 통해 예수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역사적 교리들이 그 적실성을 잃어간다고 주장합니다. 즉 신경의 언어라는 것은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현재의 상황에 적합한 언어로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경은 다른 세계에서의 질문에 대한 답이기에 우리는 현재의 배경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많은 신약학자들은 근대 역사학의 발전을 통해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역사적 예수 연구'는 지금도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있습니다. 성경을 좀 더 과학적이고 역사적으로 보아야 하며, 그 가운데서 주어지는 새로운 증거들은 큰 힘이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웨인 믹스는 이 책을 통해 '서사로서 성경을 읽어야 함'과 동시에 '상호 교류 모형'을 제안합니다. 자신의 내밀한 심리나 상태는 자신도 명확하게 모를뿐더러,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믹스는 예수도 인간과 동일하게 상호 작용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소명을 가졌는지를 파악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복음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질문을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계속해서 만들어져 갑니다. 복음서 저자들은 독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예수의 정체성은 점차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입니다. 다른 인간들이 사회적인 소통과 상호 작용으로 자신을 발견하듯, 예수도 철저하게 사회적이었음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우리를 형성합니다.
사도 바울 또한 예수를 새롭게 재해석합니다. 그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복음의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메시지로 상정합니다. 또한 이 메시지는 보다 풍부하게 은유적으로 해석됩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 할 삶의 모범이자 표본으로 제시합니다.
이런 점에서 믹스는 성경이 고정 불변의 텍스트라기보다 은유가 가득한 모호한 책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모호함에 우리의 마음을 열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그런 점에서 성경은 '하나님의 편지'라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 넘치는 편지입니다.
우리는 너무도 급하게 정답을 구합니다. 하지만 세상도 인생도 질문과 질문이 연달아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무엇인가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다가옵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성경은 우리에게 적실한 언어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그 이야기에 동참하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