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 일상의 단어들에 숨은 의미 그리고 위안과 격려
데이비드 화이트 지음, 이상원 옮김 / 로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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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오리무중입니다. 기쁘고 즐거운 일 뒤에 슬프고 힘든 일이 따라옵니다. 울다가도 미소 짓고, 한숨 쉬다가도 껄껄 웃게 되는 삶의 반복입니다. 실상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조차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모든 사건에는 양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어릴 때는 삶이 단순했습니다. 어떤 사건에서 한 가지 면에 치중했습니다. 시험이 있으면 긴장했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기뻐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받게 되면 즐거웠습니다. 친구들과 오해가 생기면 슬펐습니다. 화해하면 다시 행복했습니다.



어느 정도 삶을 살아가다 보니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여러 사건의 심층으로 들어가 그것을 해석해야 했습니다. 의도를 고민해야 했고, 의미를 묵상해야 했습니다.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생각보다 입체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안에 그것을 제대로 해석할 만한 영성이 없고, 그것을 명확하게 풀어낼 언어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신비로운 여정 가운데 인생의 모순을 적절하게 표현할 우리만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사건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 들어가서 이를 통해 우리를 보다 더 깊고 넓게 만들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굳건한 믿음과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우리네 삶의 역설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데이비드 화이트(David Whyte). 이 책 『위로: 일상의 단어들에 숨은 의미 그리고 위안과 격려』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단어에 풍성한 생명력을 더합니다. 한 단어 안에 숨겨진 다양한 층위를 아름답게 풀어냅니다.



흔히 우리가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저자를 통해 재탄생합니다. 분노, 속박, 위기, 거부, 절망과 같은 단어는 오히려 우리가 추구하고 붙들어야 할 언어로 변모합니다. 새롭게 해석된 단어로 인해 우리 삶은 다른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게 됩니다.



가령 대부분은 '분노'가 순수한 형태의 공감을 향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합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우리가 분노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싶어 하는지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감정입니다. "내면의 무력함에 대한 외면의 폭력적 반응(21)"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망'이 인간 삶에 대한 숨은 자비로움이라고 우리가 어떻게 떠올려봤겠습니까? 저자는 실망을 통해 우리 내면을 재평가할 수 있게 되고, 외부의 가짜 평가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자신을 볼 수 있게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실망은 변화를 낳게 되고, 보다 더 우리를 관대하게 해줍니다.



이렇듯 단어에 대한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보다 더 깊은 이면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될 때, 우리는 삶을 새롭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 삶을 적실하게 풀어내는 언어가 많아져야 합니다. 우리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주위를 향해 우리를 활짝 펼쳐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이 되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짓눌립니다. 우리를 설명할 단어가 부족합니다.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해석하기는 더욱 요원합니다. 우리의 존재와 삶을 풍성하게 풀어나갈 신선한 언어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어쩌면 위로와 격려는 주어진 상황을 새로운 언어로 색다르게 해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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