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기쁨
아베 피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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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기어 있다 보니 기쁨과 감사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보다 근원적인 기쁨, 존재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쁨,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기쁨을 맛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상황에 매몰되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 가운데서도 굳건하게 버텨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둘러보는 중에 이 책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보통은 신간 한 권, 독서모임 책 세 권을 번갈아 읽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다른 책을 읽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시 책장을 봅니다. 지금 읽을 수 있는 책이 뭐가 있을까 하고요.



그때 피에르 신부의 『단순한 기쁨』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저자이지만, 알고 보니 정말 훌륭하고 매력적인 분입니다. 프랑스인들이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인'을 뽑는데, 피에르 신부는 8년 동안 일곱 차례나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는 상류층 가정에 태어났지만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카푸친회 수도회에 들어갔습니다. 전문가나 학자가 될 수 있는 도미티크회나 예수회가 아니라, 학문보다는 경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민중적 수도회인 카푸친 수련원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피에르 신부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에르 신부는 전쟁 동안에 항독 레지스탕스에 가담했고, 전쟁 후에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에 엠마우스 빈민구호 공동체를 만들어 50년이 넘도록 빈민들과 노숙자들, 부랑자들과 함께 생활한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세상의 악함과 그릇된 구조악으로부터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었고 치열하게 활동했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는 철저한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가 모색한 해결책은 결국 '사랑'하는 것밖에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피에르 신부는 모든 종교를 아우르며, 사랑할 때만 진정한 희망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는 '복음을 믿으라'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랑하고 함께 하며, 섬깁니다. 그러한 진심 어린 사랑이 복음서에서 계속 볼 수 있는 사랑임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족하다고 말합니다.



자유는 매우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 자유는 사랑을 위해 쓰일 때만 위대합니다. 삶은 어두울 때도 있고, 사람들이 악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랑의 힘을 믿고, 단순한 기쁨을 추구하는 삶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만들어가면서 말이죠.



하나님은 사랑의 원천입니다. 우리 안에 갇혀 있을 때 하나님의 빛을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꾸준하게, 신실하게 우리를 비추고 계십니다. 그 사랑을 경험한 누군가가 그 사랑을 전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빛을 알 수 있습니다. 공허한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랑해 보는 것입니다.



애통 가운데 희망을 엿보는 요즘입니다. 거창한 무엇인가를 깨달으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작은 손길들에 감사합니다. 단순한 기쁨을 찾아봅니다. 찬양과 감사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길 기대합니다. 사랑을 경험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평안을 누립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과 화목, 기쁨과 빛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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